노란 둥근 꽃망울 터뜨린 생강나무
잎과 가지 비비면 생강냄새 풍겨
잎 크고 무성…애벌레들 좋아해

맞붙은 생강나무잎속 애벌레 한 마리
적갈색 머리에 배쪽엔 검은 점무늬
도감 찾아보니 아직 국명 안지어져
뿔나방과 나방 연구 활발해졌으면…

베이지색 앞날개 활짝 펼친 나방 이름없는 ‘설움’알라나

Rhizosthenes falciformis 애벌레1(2016년 5월 5일, 용추폭포)

지난 1월, 엄청난 한파가 몰아쳤다. 가스요금, 전기료 등의 폭등으로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예로부터 배부르고 등 따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하루 하루가 지옥과 같을 것같다. 그래도 절기는 어김없이 다가오고 봄기운이 여기 저기서 느껴진다.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들려온다.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 매화, 나도바람꽃 등의 멋진 자태가 온라인 공간을 장식한다. 그곳에 계속 살고 있었더라면 벌써 여러 곳을 다녀왔을텐데 많이 아쉽다.

이곳 아산에 자리잡은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아직 애벌레들이 보이지 않지만 서식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산들을 다녀보고 있는데 그리 높지 않아서 그런지 남부지방과 별로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지난 1월 다녀온 설화산, 녹나무과의 생강나무에 겨울눈이 많이 부풀어 있다. 아마 지금쯤이면 새싹이 돋고 있을 것 같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생강나무는 보다 먼저 노랗고 둥근 꽃망울을 터뜨려 봄을 알린다 하여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는 나무다. 암수 다른 그루이고 검은 열매로 기름을 짜는데 향기도 좋고 질도 좋아서 동백기름처럼 머릿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방향성 정유를 함유하고 있어서 잎이나 가지를 비비면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가 생강의 냄새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생강나무는 잎도 크고 무성해 많은 애벌레들이 좋아한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큰노랑애기가지나방, 갈고리가지나방 애벌레 등이 생강나무 잎을 먹고 산다.

2016년 5월 5일, 용추폭포 가는 길. 생강나무잎이 정교하게 붙여져 있다. 살며시 열어보니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머리는 적갈색이고 배에 검은 점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중령일 때는 머리와 앞가슴판 모두 검은색인데 녀석은 종령 애벌레다. 헌데 이미 기생당하였는지 기생벌 애벌레가 몸통에 보인다. 하산하면서 말린 생강나무잎을 다시 열어보니 또 한 마리가 보인다. 운좋게 기생벌도 함께 담을 수 있었다. 열심히 숙주의 몸에 알을 낳고 있는 기생벌은 도망가지도 않는다. 올라가면서 봤던 알을 낳은 주인인 모양이다. 워낙 비슷 비슷한 녀석들이 많아 이름을 알수는 없지만 잎말이나방이나 뿔나방쪽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오늘 밥값은 했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Rhizosthenes falciformis 애벌레2(2017년 5월 5일, 칠선계곡)
Rhizosthenes falciformis 애벌레1(2017년 5월 5일, 칠선계곡)
Rhizosthenes falciformis1
Rhizosthenes falciformis2
Rhizosthenes falciformis3(2016년 5월 5일, 용추폭포)
생강나무(2023년 1월 4일, 설화산)

집에 돌아와 도감을 뒤져보니 같은 녀석이 있다.

뿔나방붙이과의 Rhizosthenes falciformis 다. 아직 국명이 없다. 먹이식물은 누리장나무, 청가시덩굴, 생강나무 등 여러식물인데 생강나무에서 녀석을 본 것이다. 잎 앞뒤가 트이게 접어 붙이고 들락거리면서 잎을 먹는데, 이른 봄 잎이 약간 두꺼운 식물에서 많이 보인다. 2017년 5월 5일,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생강나무잎을 어떻게 붙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충 길이는 15㎜ 정도이며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0~12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아직까지 국명이 없는 Rhizosthenes falciformis 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른벌레 앞날개는 베이지색이며 전연은 검은색이고 여기에 작고 검은 점무늬가 산재하며 중실 끝에 있는 점무늬도 검다. 후연 부위는 거무스름하다. 앞날개 전체가 검은색을 띠는 개체도 있다. 어른벌레 사진은 직접 사육하여 우화까지 시킨 허운홍 선생께서 주신 사진이다.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방이지만 아직 국명이 없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뿔나방붙이과(Lecithoceridae) 나방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Rhizosthenes falciformis 의 멋진 국명도 붙여 주었음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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