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령 애벌레…언뜻보면 나뭇가지로 착각할 수도
사각형 가까운 머리에 검은색 애벌레
상수리나무·조록싸리 등 먹고 자라
8배마디…검붉은 1쌍 돌기 ‘인상적’

어른벌레땐 누런빛깔 앞날개 펼치고
날개 위 ‘사선모양’ 이름에 반영된 듯

큰빗줄기가지나방
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25일, 제2수원지)

나방에 관심을 가진 후 지금까지도 항상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너무도 비슷하여 볼때마다 헷갈린다는 점이다. 물론 특징이 명확하여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애벌레들도 많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때가 너무도 많다. 직접 사육하여 우화까지 관찰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육하며 전 과정을 기록하는 필자에게는 정말 자주 있는 일이다. 사진으로 담은 후 정리하면서 이름을 붙여 놓았다 다시 수정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나 혼자 잘못 알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다면 안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문의하여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혹시 실수가 있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다.

먹이식물이 여러 과에 걸쳐 있는 광식성(polyphagy)의 애벌레는 정말 많다. 단식성이나 협식성 애벌레들도 전혀 엉뚱한 식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이나 천적을 피하다 떨어진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먹이를 찾아 지나가는데 목격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생김새도 헷갈리는데 엉뚱한 먹이식물에서 보게되면 더욱 더 그렇다.

2014년 5월 25일, 애벌레를 찾아 용추계곡으로 향한다. 제2수원지 인근에서 검은색 몸통에 흰점 무늬가 드문드문 있고, 꼬리부분에 돌기가 인상적인 애벌레가 눈에 띈다. 숨구멍 주위는 약간 붉은색이다. 처음엔 차가지나방 애벌레로 동정하여 이름붙였었다.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확대해 놓고 도감에 나와있는 애벌레를 돋보기로 보면서 비교해 보니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다. 아직 어린 유충이다. 녀석을 만나기 몇분전에 본 애벌레도 항문다리위에 검붉은 돌기가 있었는데 몸통은 엷은 갈색이었다. 완전히 다른 개체로 보였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큰빗줄가지나방 어린 유충과 종령 유충이었다. 머리는 사각형에 가깝고 둘레는 검은색이다. 5~6월에 많이 볼 수 있는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는 상수리나무, 조록싸리 등 여러식물을 먹고 산다. 8배마디의 검붉은 1쌍의 돌기가 인상적이다. 애벌레의 길이는 40㎜ 정도니 중간크기라 할수 있다.

2021년 6월 5일, 강원도 영월 장릉에서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남도지방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인데 정선의 석병산을 둘러보는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장릉에서 산작약을 본 후 이곳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살고 있는지 살피는 중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표현력이 충분치 않아 애벌레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는데 이 녀석이 확실하게 보여준다. 다 자란 종령 애벌레인데 엷은 회갈색의 몸통과 검은색으로 두른 머리가 선명하다. 등을 따라 노란색의 점무늬가 쌍을 이루어 있고, 숨구멍 주위는 붉은색으로 잘 보인다. 먼길을 달려 온 만큼 다양한 애벌레들을 만나 보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석병산에서 보려 했던 희귀종인 둥근잎개야광나무를 만났고, 털댕강나무 그리고 버들회나무 등과 눈맞춤한 것으로 충분하다.
 

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25일, 제2수원지)
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25일, 제2수원지)

애벌레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는데 이 녀석이 확실하게 보여준다. 다 자란 종령 애벌레인데 엷은 회갈색의 몸통과 검은색으로 두른 머리가 선명하다. 등을 따라 노란색의 점무늬가 쌍을 이루어 있고, 숨구멍 주위는 붉은색으로 잘 보인다. 먼길을 달려 온 만큼 다양한 애벌레들을 만나 보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석병산에서 보려 했던 희귀종인 둥근잎개야광나무를 만났고, 털댕강나무 그리고 버들회나무 등과 눈맞춤한 것으로 충분하다.

많은 지역에서 관찰되는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로 미루어 어른벌레도 많이 보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가끔씩 야간에 불을 밝히고 관찰을 하면 진즉 볼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낮에 보기엔 한계가 있나보다. 2020년 3월 31일, 나주의 월정봉에서 큰빗줄가지나방을 만날 수 있었다. 앞날개의 색상은 누런빛이 돌고 실선의 사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날개에 사선이 있어 이름에 빗줄이 들어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컷은 실선인 것도 있고 점선으로 된 것도 있다. 애벌레는 많이 헷갈리지만 어른벌레는 좀 나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올 한해도 더 많은 애벌레와 나방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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