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때 기생당하는 경우 많아…낮은 우화 성공률 ‘아쉬움’
귀신 쫓는 나무로 알려진 ‘붉나무’
붉나무엔 오배자 면충 많이 기생
오배자, 염색재료·한약재로 사용

함양 음정마을서 붉나무 잎에 말린
검은 머리·흑자색 몸통 애벌레 발견
채집때 멀쩡하지만 기생한 경우 허다
사육통에 기생벌만 남기도 해‘허탈’

 

 

붉나무(2021년 7월 22일, 방림동)
붉나무오배자(2021년 8월 14일, 곤방산)
점무늬큰창나방애벌레(2018년 8월 14일, 음정마을)
점무늬큰창나방애벌레(2018년8월 14일, 음정마을)
점무늬큰창나방애벌레(2018년 8월 14일,음정마을)
점무늬큰창나방(2020년 6월 11일)

엽축에 잎 모양의 날개와 잎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는 붉나무는 가을에 단풍이 유난히 붉게 물들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타오르는 듯 붉고 고운 단풍이 드는 붉나무는 가지를 불사르면 폭음이 나고, 서북 지방이나 전남에서는 불나무, 강원도에서는 뿔나무, 경상도에서는 굴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민간에서 붉나무는 귀신을 쫓는 나무로 여겨왔다.

붉나무에는 매미목 진딧물과의 오배자면충이 잎에 기생하여 만든 충영이 있는데 이를 오배자(五倍子)라고 한다. 처음 크기의 5배 정도 자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참 재미있다. 이름도 모양에 따라서 귀처럼 생긴 이부자(耳倍子), 나뭇가지를 닮은 지부자(枝倍子), 꽃처럼 생긴 화부자(花倍子)라고 부른다. 2021년 8월 14일, 곤방산에서 본 오배자는 어떤 모습일까? 오배자의 생성과정은 중간 숙주인 선태류에서 번데기로 월동하여 4월경에 부화하여 자란 후 붉나무의 어린잎에 기생하여 잎에 상처를 내고 날개가 없는 암컷 새끼벌레를 낳고 죽는다. 새끼벌레는 옥신성분의 타액(唾液)을 분비하여 잎에 자극을 주어 비정상적인 세포분열로 혹만들어진다. 붉나무는 자기방어 수단으로 상처난 곳을 차단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부풀어 오르게 하여 오배자가 만들어 진다. 오배자 면충은 다시 9~10월경에 벌레집을 뚫고 나와 중간숙주인 선태류에 새끼벌레를 낳고 자라서 번데기를 만들어 월동을 한다. 오배자는 천연염색에서 옷감에 물감을 들이는 염색재료로 이용하고 한방에서는 항암제 및 위, 폐, 대장을 강화시키는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8년 8월 18일, 함양 마천 음정마을에서 벽소령 오르는 길, 붉나무 잎이 정교하게 말려 있다. 길게 잘린 잎은 테이프를 말 듯이 우뚝 솟아 있다. 살며시 말린 잎을 열어보니 멋진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머리는 검은색이고 몸은 흑자색, 몸통에 듬성듬성 털이 나 있었다. 잎을 깔때기 모양으로 말아 놓은 것으로 보아 창나방과 애벌레인 것은 분명하나 정확한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창나방과(Thyrididae)의 나방은 우리나라에 상수리창나방을 비롯해 11종이 알려져 있다. 어른벌레 대부분이 등불에 잘 날아오는데 깜둥이창나방은 낮에 활동한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면서 도감을 찾아보니 점무늬큰창나방 애벌레다. 유충길이는 18㎜정도이고 6~7월, 9월에 보인다. 옻나무과의 붉나무, 개옻나무를 먹고 사는데 종령이 되면 흙속에 들어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30일만에 우화한다. 9월에 보이는 점무늬큰창나방 애벌레는 이듬해 4월 우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은신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먹고 사는데 과연 은신처는 안전할까? 천적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안전하겠지만 천적에게 발견되면 은신처에 갇혀 도망갈 길이 없어 그대로 당하고 말 것이다. 점무늬큰창나방 애벌레도 고치벌에 기생당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한다. 허운홍선생께서도 지난 몇 년동안 수십 마리를 키웠으나 겨우 두 마리만 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신다. 채집할 땐 멀쩡하게 보이지만 이미 기생당한 상태라 번데기가 될 수 없고 사육통엔 기생벌들만 날아 다닐 뿐이다. 애써 키운 애벌레가 기생당하여 엉뚱한 결과가 나오면 허탈한 마음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기생벌을 연구하는 분들이라면 엄청 좋아 할 일이지만 말이다.

창나방류의 나방은 종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거의 어른벌레의 자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점무늬큰창나방의 자료는 없다. 김상수 저자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보내준다. 앞뒤 날개는 검붉은 바탕에 금빛을 띠는 반투명한 그물무늬가 인상적이다. 아직 애벌레를 만나지 못해 소개하지 못한 창나방류 나방이 몇 종 있다. 올해는 꼭 애벌레를 찾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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