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다리 연두색 다리끝 갈색
머리·가슴은 흑갈색 띈 애벌레
인동·버드나무 등 활엽수 먹이
암수날개 다르고 암컷이 ‘더 커’
사람들 방문객 많은 산엔
오히려 애벌레 많이 서식
천적 막아주는 역할하는 듯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19]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5년 8월 23일, 매곡동)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5년 8월 23일, 매곡동)

이름은 ‘사과무늬’, 실상은 ‘중절모자무늬’…왜일까?

애벌레가 잎을 말고 그 속에서 산다고 해서 잎말이나방이라 불리는 잎말이나방과(Torricidae)에는 432종 이상이 알려진 매우 큰 무리이다. 애벌레 크기도 매우 작지만 어른벌레도 날개 편 길이가 11~28㎜로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미소나방 중에서 보통이거나 작은 편에 속한다. 종의 개체수도 많지만 애벌레나 어른벌레 모두 비슷 비슷하게 생겨 동정하기 정말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조금은 관찰에 소극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8월 23일, 매곡동쪽에서 삼각산을 올랐다.

후배 숲해설가와 함께 관찰에 나섰는데 꽤 많은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문흥동쪽에서는 자주 올랐지만 국립광주박물관쪽에서는 세 번째 산행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나지막한 산이라 운동하는 시민들이 참으로 많다. 사람들이 많으면 애벌레들이 없을 것 같은데 더 많이 보인다. 아마도 사람들이 천적들의 접근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흥동쪽에서 삼각산 정상으로 오르다 보면 나비 애벌레도 정말 많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삼각산은 고사리의 성지로 유명하단다. 수십종의 고사리가 자생하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2019년 8월 24일, 이주암골)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2019년 8월 24일, 이주암골)

어떤 식물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조그마한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가슴다리가 연두색이고 다리의 끝부분은 갈색. 머리와 가슴은 흑갈색인 애벌레다.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비슷해 항상 햇갈리는 잎말이나방과 애벌레들이라 이름표를 붙이기가 너무 어렵다. 나중에 소개할 번개무늬잎말이나방과 너무도 흡사하다. 허운홍 선생께 물어보니 사과무늬잎말이나방이라 알려 주신다. 인동, 버드나무 등 여러 활엽수를 먹이식물로 살아간다.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9년 8월 24일, 이주암골)
사과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9년 8월 24일, 이주암골)

2019년 8월 24일, 정읍 이주암골에서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잎을 둘둘 말고 있었는데 살짝 열어보니 밑으로 툭하고 떨어져 버린다. 다행히 바위에 떨어져 찾을 수 있었다. 가슴다리가 연두색이고 끝부분이 갈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 애벌레는 가슴다리가 검은색이어 구분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애벌레의 크기는 10~20㎜ 정도니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봄과 여름 두 차례 관찰되며 잎을 붙이고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되어 10일만에 우화한다.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암컷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암컷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수컷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수컷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사과무늬잎말이나방은 암수의 날개 무늬가 다르고 암컷이 더 크다. 수컷은 앉아 있을 때 날개에 중절모자 같은 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유럽의 멋진 신사같다. 헌데 왜 사과무늬가 이름에 들어가 있을까? 애벌레나 어른벌레 어디를 봐도 사과무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차라리 중절모자가 연상되는 이름으로 국명을 붙였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방의 애벌레에 관심을 갖기 전, 이미 나방의 매력(?)에 흠뻑 빠져 어른벌레를 쫓아 다녔었다. 그때 분명 중절모자 무늬가 있는 나방을 담아 놓은 것 같은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름을 붙여 놓았으면 바로 검색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알 수가 있는데 초창기라 이름을 붙여 놓지 않았나보다. 김상수 저자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사과무늬잎말이나방 암수 사진을 보내준다. 잘 모르는 나방을 만났을 때 물으면 외국 도감을 다 뒤져서라도 동정해 주는 고마운 동생이다.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하며 같이 이곳 저곳에 불을 밝히고 멋진 나방들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입춘도 지나고 점차 기온도 오른다. 이곳의 애벌레들과 만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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