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가시나무 연한 새순 속엔 애벌레 어김없이 발견
연노랑색 몸통에 흰색 반점 군데군데·긴털 ‘인상적’
먹이 풍부해 개체수도 많아…두마리 함께 발견되기도
보트 뒤짚은 모양의 흰색 고치 틀고 10일이면 우화

 

 

사진-1 앞무늬부채껍질밤나방애벌레(2018년 9월18일, 완도수목원)
사진-2 앞무늬부채껍질밤나방애벌레(2018년 9월18일 완도수목원)
사진-3 붉가시나무(2022년 12월6일, 광양 백운봉)
사진-4 붉가시나무(2022년 12월6일, 광양 백운봉)
사진-5 앞무늬부채껍질밤나방 고치(2017년 5월15일)
사진-6 앞무늬부채껍질밤나방(2019년 5월25일)

우리나라 서남단 완도, 그곳을 아우르며 우뚝 솟아 있는 상왕봉의 위용이 늠름하다. 영암골 월출산의 정기는 덕룡 주작을 지나 두륜산으로 흐르고 달마산으로 내달린다. 조그마한 물길을 건너면 수많은 섬들을 거느리고 유유자적 떠 있는 섬, 완도다. 자연생태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는 산행을 위해 찾았고, 멋진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난대림의 숲에서 자라나는 잎들을 먹이로 살아가는 나방의 애벌레들을 만나기 위해 무던히도 찾았던 곳이다.

상왕봉 기슭에 자리한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으로서 후박나무, 감탕나무, 다정큼나무, 새비나무, 붉가시나무, 육박나무, 지네발란등 770여 종의 자생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온대림 지역에서 서식하는 나방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난대 수종을 먹고 사는 애벌레를 관찰하기는 최적의 장소다.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 완도수목원에서도 이곳의 나방을 조사한바 있는데 33과(科) 613종을 관찰하여 책자로 발간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나방도 적지 않을 것이며 애벌레의 생태는 전혀 알려진게 없는 실정이다.

2018년 9월 18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완도수목원을 찾았다.

당시는 순천에서 거주하며 주변의 애벌레들을 관찰했는데 진도 접도에 이어 두 번째 난대림 방문을 같이 했다. 여기 저기 먹은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다정큼나무나 남오미자의 어린 순에도 배설물과 함께 애벌레들이 있다. 조금 더 올라오니 붉가시나무들이 보인다. 자생하는 여타 상록성 참나무류에 비해 잎이 큰 편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붉가시나무. 상왕봉 오르는 길 어디에서도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 무성하게 펼쳐진 광경을 불 수 있다.

붉가시나무의 새순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뭔가 움직인다. 연노랑색 몸통에 흰색 반점이 군데군데 있고 흰색 긴 털이 인상적이다. 어린 붉가시나무 털 속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연한 새순이 돋는 나뭇가지에는 어김없이 녀석들이 있다. 두 마리가 함께 있기도 한다. 먹이가 풍부하다보니 개체수도 많은 것 같다. 유충길이는 15mm 정도이니 아주 작다. 어떤 녀석인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허운홍 선생께서 몇 개체를 챙겨 가신다. 먹이도 충분히 담았다. 사육하여 우화하면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2월 6일, 언제 다시 완도를 와 볼수 있을지 몰라 지인과 함께 상왕산을 다시 찾았다. 가장 긴 코스인 청해진 촬영장에서부터 심봉, 상왕봉, 백운봉, 숙승봉을 넘어 불목저수지로 내려왔다. 햇볕도 들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 붉가시나무들, 높은 봉우리에 올라 설 때마다 내려다 보이는 숲은 겨울이지만 짙푸름을 뽐내는 붉가시나무들이리라. 상수리는 다 빠져나가고 동심원이 유단히 멋있는 각두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겨울눈들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5월, 8월, 9~10월에 보이는 애벌레들은 보트를 엎은 것과 같은 모양으로 흰색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10일 지나면 우화한다. 허운홍 선생께서 가져가신 애벌레가 무사히 우화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이름도 알 수 있었으니 정말 기쁜 소식이다. 앞무늬부채껍질밤나방이다. 앞날개는 회갈색이며 내횡선과 외횡선 사이에 검은색과 갈색 무늬가 있다. 아외연선은 검은 점무늬로 이루어지고 흰색줄로 둘렀다. 이름에 부채껍질이 들어가 있는데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후 순천에 거주하셨던 허운홍 선생께서는 완도수목원을 엄청 많이 가셨는데 순천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져 광주로 이주하셨다. 덕분에 나방애벌레 도감3권에는 난대림에서 살고 있는 애벌레들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 과정에 조금의 보탬이 되었다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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