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잎 돌돌 말아 그 품안에 ‘쏘~옥’ 숨은…
지리산 묘봉치 자란초 군락지서
흰참꽃 자태 보며 ‘마음의 위안’
등산로 주변 가득한 철쭉나무 속
유난히 눈에 띄는 12㎜ 초록기둥
철쭉잎 먹고 자라…우화기간 12일
올 봄 철쭉꽃 피면 어른벌레 만났으면…

 

자란초(2019년 6월 6일, 묘봉치)
흰참꽃(2019년 6월 6일, 고리봉)
철쭉뿔나방애벌레1(2019년 6월 6일, 고리봉)
철쭉뿔나방애벌레2(2019년 6월 6일, 고리봉)
철쭉뿔나방애벌레3(2019년 6월 6일, 고리봉)
철쭉뿔나방1

계묘년 올 한해가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 한 장이 넘어갔다. 입춘이 지났으니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 같다. 한없이 내려가는 수은주, 치솟는 가스요금 등 난방비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적응하려고 무던히 애써 보지만 뼈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그래도 저만치 어딘가에서 봄은 한걸음 한걸음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숲속의 나무들이 겨울눈을 부풀리며 희망을 노래한다. 봄맞을 준비를 하며~

2019년 6월 6일, 현충일이라 쉬는 날이다. 지인으로부터 지리산 묘봉치를 다녀오자는 연락이 왔다. 자란초 군락지가 있는데 어떤지 의견을 묻는다. 성삼재에서 작은고리봉을 거쳐 만복대에 이르는 서북능선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 흔쾌히 같이 길을 나선다. 마음같아선 바래봉 철쭉 군락지까지 가보고 싶지만 다시 성삼재로 돌아와야하니 오늘은 접어 둔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애벌레를 찾아보지만 왠일인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시기적으로 많은 개체가 보여야 하는데 영 신통치않다. 진달래과의 흰참꽃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잎이 작고 전체에 긴 털이 밀생하며 꽃이 백색이고 수술이 5개로 꽃잎보다 긴 것이 특징인 흰참꽃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만복대 조금 못 미쳐 묘봉치에서 오늘 관찰키로 한 자란초 군락지, 꿀풀과의 자란초를 무더기로 만났다. 5~6월 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짙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 자란초, 줄기에 마주나는 넓은 타원형은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난생 처음으로 자란초 군락지도 보았으니 헛걸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등산로 주위로 유단히 많이 보이는 철쭉나무들, 분명 철쭉을 먹고 사는 애벌레들이 많으니 뭔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유심히 살핀다. 역시 철쭉잎을 단단히 말아 놓은게 보인다. 제법 많다. 그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머리는 주황색, 앞가슴등판의 앞부분은 주황색이고 뒷부분은 검정색이며 몸통은 은녹색에 검은 점무늬가 많은 애벌레가 확 들어온다. 잎을 붙이고 속에 통로를 만들고 그 속에 똥을 잔뜩 붙여 놓았다. 크기는 12㎜ 정도니 별로크지 않다. 어떤 애벌레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철쭉잎을 말고 있으니 철쭉잎말이나방 아닐까 생각해 보며 잎을 다시 말아 준다.

집에 돌아와 도감을 뒤져보니 뿔나방과의 철쭉뿔나방이다. 국명을 잘 지었다. 먹이식물을 보면서 잎말이나방인지 뿔나방인지만 구분하면 되니 기억하기도 쉽다. 모든 나방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다면 접근하기 쉬울텐데 많이 아쉽다. 나방에 관심을 가진 분들 대부분이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필자가 봐도 정말 어렵다. 애벌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연구하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니 점차 나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철쭉에는 그라야노톡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철쭉제로 유명한 바래봉 철쭉 군락지는 양들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1970년대초 면양목장을 만들어 양들을 방목하였는데 먹성 좋은 양들도 다른 초목들은 줄기까지 다 먹어 치웠지만 철쭉은 먹지 않고 남겨두어 군락지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철쭉뿔나방애벌레는 철쭉잎을 먹으며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2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어느 산을 가든 쉽게 보이는 철쭉이지만 애벌레도 처음 만났다. 그러니 어른벌레를 볼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철쭉뿔나방 앞날개는 흑갈색이고 전연 가장자리는 밝은 황갈색이다. 소중한 자료를 기꺼이 제공해 주신 허운홍 선생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봄이 되면 이곳 충청도에 사는 나방들을 함께 다니며 만나 보기로 했는데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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