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기상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업(業)을 하는 이들에게 날씨는 매해 일희일비하게 되는 대상이겠지만, 대부분 큰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 해 동안 일어나는 기상현상을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022년은 유난스러웠던 날씨 탓에 굵직한 기록들이 쏟아지면서 여러 해 동안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에는 1년 동안 내릴 강수량의 약 11%인 141.5㎜가 1시간 만에 내리는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그리고 한 달여 뒤인 9월 6일에는 태풍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중심기압을 가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여 일부 도시가 침수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어진 11월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했지만, 끝자락인 29일에는 한겨울 날씨로 급변하여 한파특보 시행 이래 처음으로 11월에 한파경보가 발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북은 60㎝ 이상, 광주와 전남은 최대 40㎝의 적설이 쌓여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광주의 40㎝ 적설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적설량이었다.

기존의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수준의 이러한 기상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대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기상은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날씨의 위험성과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극한기상의 증가로 날씨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고, 예보정확도의 향상 속도는 둔화되었으며, 강수를 예측하는 정확도는 90~93%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또한, 재난대응을 위한 특보가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아닌 기상현상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어, 방재기관의 재해예방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에 한계점이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기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상청은 변화하는 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제4차 기상업무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기상과 방재를 융합한 더욱 상세한 기상정보로의 서비스 전환을 추진한다.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1~5일까지 1시간, 1㎞ 단위, 6~14일까지 3시간, 5㎞ 단위의 신(新) 디지털 예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효과적인 재해대응을 위해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하여 호우특보기준을 차등화하고, 주요 대도시에 대한 기상특보구역을 상세화하여 적용할 것이다. 기상청은 기상정보와 지역사회 재해예방체계의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날씨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기반으로 한 지역별 위험수준 및 발생 가능성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기상청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정확한 예보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기상청은 후속위성개발, 기상레이더 확충, 대형 기상항공기·기상관측선 도입 등을 통해 시·공간적으로 조밀한 3차원 입체관측망을 구축하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를 세계 1위 모델 성능 대비 86% 수준으로 향상할 것이다. 또한, 예보관의 전문지식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축적되어 예보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빈번해지는 위험기상으로 지역사회의 재난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기상청은 기상영향 기반의 정확하고 상세한 예·특보 정보를 제공하고 방재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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