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지난 설날 연휴 중에 무등산을 올랐다. 원효계곡을 시작으로 서석대를 오른 후 입석대와 장불재로 내려와 산장 버스 정류소 방향으로 걸어왔다. 아직도 무등산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곳곳에 얼음이 녹지 않은 채 있었다. 특히 7부 능선 얼음 바위의 고드름은 장관을 이루어 많은 등산객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봄이 오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며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서민경제에도 어서 빨리 봄이 와, 서민들이 행복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하산하였다.

서민이 행복하게 웃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집이 없는 사람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주택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못 하고, 결혼을 못 하니 출산율이 0.7명까지 추락하여 세계 최저가 되었다. 이 상태로 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주택보급률이 102.6%로 이미 100%를 넘겼고, 2022년은 110%였다. 그런데 왜 주택이 부족한가? 한 가구가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100명이 2만 689채를 보유하여 1명당 207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채 이상 보유자가 232만 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1년 말 서울의 경우 무주택 가구는 51.2%로 나타났다. 소수가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에 무주택자가 50%가 넘는 것이다. 최근에 나타난 아파트 가격 하락과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중과 완화와 같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 당장 부동산경기가 침체한다고 하여 섣부른 주택정책으로 다시 투기가 부활한다면 이는 잘못된 처방이다. 집이 없는 서민들이 주택을 가질 수 있는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서민이 행복하게 웃기 위해서 정부는 물가 상승을 잡아야 한다. 국제상황에 의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유가와 금리 인상은 서민의 허리를 휘게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 전기료가 9.5% 인상된다고 예고되었다. 전기요금을 10% 가까이 올린 것은 40~50년 전 석유파동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가스요금도 지난해 4차례에 걸쳐 38% 인상되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기준 1.5배에서 1.9배 인상하겠다고 한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여타 물가도 줄줄이 오른다. 연초부터 막걸리와 맥주 가격 인상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택시, 지하철 요금 등의 인상이 예고되었다. 정부는 기업과 부자를 위해서는 막대한 감세 혜택을 주면서,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미지근하다.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상분을 서민에게 부담하지 말고 정부나 기업이 떠안고 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민을 웃게 하는 경제정책으로 지역 내 소비 촉진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과 바우처와 같은 다양한 지역화폐를 활성화해야 한다. 물가가 오른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광주광역시의 경우 상생카드 7%~10% 혜택이 1인당 50만 원까지 가능한데, 금액을 좀 더 상향하여 인상된 물가를 할인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상된 난방비나 물가 인상 극복을 위해 ‘생활 지원 격려금’이나 ‘에너지 바우처’등을 확대하여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외국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잘 되고, 산천이 수려하여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여행하러 온 외국인들은 한국이 너무 좋다고 한다. 이렇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진다면 부자나 대기업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보통 사람이 지탱하고 있다’라는 진주시의 어른으로 불리는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서민이 있어야 기업이나 국가도 존재하는 것이다.

길고 추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끝내고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도 해제되었다. 아직도 멀리 보이는 무등산 서석대에는 흰 눈이 남아있다. 내일이 입춘이다. 입춘이 되면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도 풀리고 무등산의 나뭇가지에도 파릇파릇 봄소식이 올 것이다. 물가 인상으로 꽁꽁 얼어붙은 서민들의 마음에도 하루빨리 봄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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