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올해에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전국의 유초중등교원, 전문직, 대학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6년 처음 조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는 67.8%에서 올해 23.6%로 큰 하락을 보였다. 또 다른 질문 중 하나는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택하겠는가?’였다. 이 설문의 응답 역시 ‘그렇다’라는 응답이 20%에 그쳤다.

필자는 올해 8월에 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 강단을 떠난다. 그래서 이번 한국교총의 설문조사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처럼 해마다 교직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따른 현상일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중시되고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의 영향력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 조례 등이 오히려 교권의 추락을 가져왔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지도마저 어려워지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에서 교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존재하는가? 교육은 라틴어의 ‘educare’에서 나온 말로 지식의 습득이나 소유가 아닌 ‘끌어내다, 발전시키다, 개발하다’라는 뜻이 있다. 즉, 교육은 학생 안에 내재된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끌어 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학교는 단지 주어진 공간적 테두리 안에서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학부모에게 영유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보고’하는 나라는 세상에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또한 초·중등학교에서는 교사의 지도에 반발하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가 하면, 학부모의 ‘왜곡된 자식 사랑’이 교사에 대한 언어적, 비언어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고등학교는 이미 정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무시된 채 어느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이 진학했는가로 학교의 서열이 매겨지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학은 어떠한가? 정권이 변할 때마다 이름만 바뀌어 제시되는 평가 기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교수는 강의와 연구 외에 입시와 학생들의 취업 등 다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한국고용정보원 2022년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직업 수는 1만2천823개이다. 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신명나게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의 만족도는 낮더라도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직은 사명감이 필요하다. 교사들에게는 교육 현장에서 자신의 철학을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졸업 전에 보아야 할 책과 영화 몇 편을 소개하고 수업에 활용하는데 그 가운데 인도 영화 ‘Black’을 꼭 보도록 한다. 주인공 ‘미셀 맥날리’는 2살 때에 앓은 열병으로 인해 눈과 귀가 모두 멀어 짐승과 같은 생활로 목이 묶이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데브라지 사하이’가 미셀의 과외교사가 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미셀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하여 눈물겨운 교육을 시작한다. 마치 야생마와도 같은 미셀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은 고비마다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그의 교육철학은 포기하지 않았다. 미셀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결국은 원하던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40세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사하이 선생님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교사의 사명감을 배우게 된다.

교사의 사명감은 교사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최후의 보루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가 ‘교육개혁’이다. 교육의 큰 틀을 흔드는 외형적 제도개선보다는 교육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장치와 환경조성 및 교직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때 교사의 사명감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의 어릴 적 꿈은 교사였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교직의 바통을 이제는 넘겨줄 때가 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어려웠던 교육환경이었지만, 그래도 오직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고, 학생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오늘까지 온 것이다. 교직을 떠나며 간절한 바람과 소망은 학생과 교사,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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