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지인의 소개로 8월 19일 저녁에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열린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은 60년 역사를 가진 스페인 최고의 RTVE(스페인 국영 방송국) 합창단원 80명 단원 가운데 24명을 선발하여 주로 한국 민요와 가곡을 부르는 프로 합창단으로, 1999년 현 단장 겸 상임지휘자인 임재식이 창단했다.

이 합창단은 스페인 전역에 TV로 방영되는 정기연주회를 19차례나 개최하였고, 현재 단원은 지휘자를 제외하고 300명 전원이 스페인 사람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스페인의 각종 축제나 연주회에서 한국 민요와 가곡을 부르고 있으며, 그들이 부르는 한국 노래의 레퍼토리가 80여 곡에 이르고 있다. 이번 광주공연에는 남자 7명, 여자 9명 등 모두 16명의 단원이 무대에 섰으며, 1부에서는 스페인 노래 7곡, 2부에서는 한국 민요와 가곡, 가요 등 14곡을 불렀다. 1부에서는 우리에게 친근한 ‘에레스 투’, ‘베사메 무초’ 등 스페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고, 2부에서는 ‘울릉도 트위스트’, ‘내 마음의 강물’, ‘그대 그리고 나’, ‘향수’ 등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공연장을 뜨겁게 하였다. 당일 받은 감동을 지면을 통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는 외국인이 우리 민요와 가곡 등 우리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감사와 감동이 배가되었다. 특히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출신의 두 남성이 부른 ‘향수’는 연습하면서 자신들의 고향 생각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꿈엔들~ 꿈엔들 잊힐 리야~~’를 부를 때에는 숨을 죽이며 감동에 젖어 들었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한(恨)과 정(情)이 우리의 감정에 오롯이 전달되어 음악은 국경을 넘나들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내 마음의 강물’과 ‘그대 그리고 나’ 두 곡의 독창은 어찌나 발음이 정확하고 강약과 고저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는지, 소름이 끼쳐질 정도로 입이 벌어지며 박수와 함께 “올레~ 올레~”하며 스페인어로 환호했다.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면서 트위스트 춤의 멋진 춤사위는 열광과 함께 중간 박수가 계속 이어졌다. 스페인 합창단원이 한국 노래의 감정까지 살려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지휘자의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감사와 경의까지 느껴졌다. 또한 이번 연주회에서는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광주 동구합창단’이 이들과 함께 ‘청산에 살리라’를 불러 한국과 스페인이 음악으로 하나 된 모습도 아름답게 보였다.

두 번째는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국위가 선양되고 있음에 감사의 마음과 우리 음악에 대한 자부심까지 들었다. 임재식 지휘자는 스페인에서 성인 합창단뿐 아니라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현재 150명의 단원이 한국 노래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의 노력으로 스페인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우리 민요 ‘아리랑’이 실려 스페인 사람이 한국의 ‘아리랑’을 배우고 부른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우리 민요나 가곡이 멀어지는 듯한 현실에 비해 외국(스페인)에서 우리 노래가 불리고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 공연의 마지막 앙코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불렀다. 지난 2022년 방한 때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로만 불렀었는데 이번 광주공연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어도 함께 불렀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어 ‘앞서서 나가리, 산 자여 따르라~’로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을 통해 세계적인 민주화 노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영상과 음향, 무대 시설을 준비해 준 주최 측에 박수를 보낸다. 음향은 연주에 잘 맞추어진 최상의 상태였고,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어울리는 배경 영상은 귀로 듣는 음악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무대를 3분(分)하여 지미집 카메라까지 동원, 입체적인 영상을 제공하여 부르는 합창단과 감상하는 관객 모두에게 최상의 만족을 제공하였다.

이번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은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과 전주, 무안, 영암, 부산, 평택 등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공연하고 있다. 이들이 공연을 위해 전국을 이동하면서 한국을 보고 느낄 것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준 것처럼, 우리도 이들에게 풍성하고 멋진 한국의 혼을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다. 음악회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도중, 지휘자의 사인이 담긴 CD를 차에 꽂고 방금 느낀 감동을 이어보았다. 왠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으로 무더웠던 여름 주말 밤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