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전 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전 동강대학교 교수

며칠 전 교직에 근무하는 부부랑 집에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 축하를 위해 선생님들의 짬짬이 공연 준비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여름 전국을 울리던 검정 상복 입은 선생님들의 외침이 오버랩 되었다. 조금은 회복되어 보이는 듯한 조심스러운 웃음에서 그때의 뜨거운 날씨보다 더 붉고 마음 아팠던 교권 향상과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외침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은 입시 중심의 지식 전달 목적으로 잘못 가고 있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성장을 경험하고 사람다움을 배우는 곳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이 인성과 도덕성을 함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인성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은 교육의 본질 회복 차원에서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하여 2024년 하반기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늘봄학교’의 시행이 교육의 본질적 차원의 접근과정에서 고려할 점은 없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학 입시 중심 교육에서 사회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한 인간중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성에 대한 강조보다는 1등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비 증가, 교육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서울의 명문대학교에 몇 명 진학하였는지로 학교의 서열이 매겨진 지 오래다.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을 멍들게 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차이와 잠재적 능력이 무시된 채 학교의 명성이나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위해 진학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 다양한 적성과 진로 등을 고려하여 사회 각 분야에 필요한 인재가 동등한 가치로 인식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에 인성교육을 필수과제로 채택하여 교과 수업을 통해 얻은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와 덕목이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질 때 경쟁보다는 자기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깨달아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이 8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법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방향 설정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교대와 사범대에서 올바른 ‘인성 전문가’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결과 보고만을 위해 형식적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성교육에 학부모를 포함할 방안은 없는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인성교육의 참 가치 실현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육현장에서 대립 관계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사랑의 실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다시 한번 ‘인성교육’ 시스템에 대해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늘봄학교’의 시행은 교육의 본질 회복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늘봄학교’는 학부모가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모 대신 학교에서 정규 수업 이전과 이후에 자녀 교육과 돌봄을 하는 것이다. ‘늘봄정책’은 출산장려책으로 국가적 차원의 필요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늘봄학교에서 자녀 돌봄과 교육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교육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연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온전하게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볼 때, ‘늘봄정책’이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형성되는 ‘애착’과 ‘사랑’, ‘신뢰’ 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을 약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기업에서는 학부모가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일터에 충분한 예산과 보충 인력 제공, 여기에 가정으로 돌아간 부모가 온전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모교육’을 위한 예산 배정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정과제로서 교육정책은 미래를 위한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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