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당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요금의 50%를 할인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1984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요금을 100% 무임으로 결정하여 지금까지 왔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임승차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40여 년 동안 유지해 온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이다. 무임승차제도는 노인의 이동성을 보장하여 여가 활동 증대, 노인 건강증진 등으로 인한 복지예산 절감으로 이어지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운영의 적자 폭이 점차 누적되면서 적자의 일부에 해당하는 노인 무임승차 부분의 유료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의하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2020년에 1조 원이 넘었고, 노인이 전체 인구의 32.8%에 해당하는 2040년에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9조~12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2070년에는 노인 인구가 40%까지 늘어나 지하철 승객 10명 중 4명은 무임승차가 되어 노인 무임승차 손실액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노인의 무임승차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노인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 48.6%로(OECD 평균 12.4%) 세계 1위,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를 나타내고 있다. 급등한 물가 부담으로 국민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더구나 경제력이 약한 다수의 노인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거나, 경제활동이 어려워 교통비마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노인복지가 잘 되고, 연금이 충분해서 교통지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노인들의 경제에 문제가 없다면 노인 무임승차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기 전에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짚어본다.

첫째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이 70세로 바뀌게 되면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여러 분야에서 가중된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의 조정에 대한 논의 이전에 이미 2022년부터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등산 입장)의 무료입장 연령을 70세로 올려서 노인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이 70세로 바뀌게 되면 고궁과 박물관, 국립공원, 미술관 등에서 모두 경로우대 나이 기준이 70세로 바뀔 가능성이 커서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은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될 것이다.

두 번째는 노인 무임승차 연령의 조정 이전에 노인의 경제적 문제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은퇴 후 연금 수령액과 연금 수령 연령의 문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유연화 등 은퇴하는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합의점 도출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노령연금 금액과 독거노인 돌봄,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 소외된 노인의 경제적 지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교통비 지원을 노인수당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결과제 해결 없이 노인의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세 번째는 지하철 요금은 국가 주도의 정책으로 동일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현재 지하철은 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서울에서 노인 무임승차 요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대구는 6월 말부터 66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임승차 나이를 한 살 높일 예정이고, 대전은 9~10월에 70세 이상 노인에 대해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노인 무임승차 정책은 노인복지법에 따를 국가 정책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논의하기보다는 부족분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고, 무임승차 연령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복지는 상향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하향은 수용이 쉽지 않다. 노인복지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 당장 눈앞에 다가올 2025년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하고,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될 2070년을 대비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노인 무임승차 연령의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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