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와 가리 카스파로프의 체스 대결 이야기가 등장한다.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는 1996년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도전했지만 패배했고, 이듬해 재도전 끝에 승리를 쟁취해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꺾는 최초의 순간을 목격한 사람들은 경악했고, 딥 블루의 승리를 계기로 인공지능의 발전은 가속화되었다.

인공지능의 다음 타깃은 ‘바둑’이었다. 바둑은 게임의 전개가 다양해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당대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듯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역시 인공지능 알파고의 4대1 승리로 막을 내렸다. 딥 블루와 가리 카스파로프의 대결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알파고가 승리한 사실이 아니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한 차례 꺾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점 정도였다.

바둑까지 제패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모든 생활 영역을 다음 타깃으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딥 블루와 알파고의 뒤를 이어 인류를 겨냥한 다음 선수는 ‘챗GPT’다.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 업체 오픈에이아이는 2022년 11월 30일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공개했다. 대화형 챗봇은 이미 많은 생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챗GPT는 단순히 입력된 명령어를 출력해내는 다른 챗봇들과 달리 인간과 주고받은 대화와 대화의 문맥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작성한 것처럼 논리적인 글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챗GPT는 대중에게 무료로 배포된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챗GPT가 미국의 MBA 필수과목 기말시험과 로스쿨 시험, 의사면허 시험에서 합격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 일자리 분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최대 법률 상담 플랫폼인 벤고시닷컴은 조만간 챗GPT를 활용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일부 전망대로 챗GPT가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률가(法律家)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려보고자 변호사의 관점에서 챗GPT를 이용해봤다. 그 결과 미래에 찾아올 변화는 확신할 수 없으나 ‘현재 공개된 챗GPT의 기술력으로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챗GPT가 내린 결론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다. 챗GPT는 입력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추론작업을 거쳐 결론을 도출해낸다. 쉽게 말해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도출해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가 수집되어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위험성이 높다.

두 번째 문제점은 법률 상담에 필요한 정보에 관한 문제다. 일부 사람들은 AI가 법률 지식을 취득하면 법률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나, 실제 법률 상담을 위해서는 단순히 법률 지식을 취득하는 것뿐 아니라 상담자의 요구사항이나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 일반 상식과 법률 지식을 연결하는 기법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점은 챗GPT가 내린 결론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변호사는 대중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상담으로 인해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일정한 책임을 지게 되고,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상담내용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챗GPT가 내린 결론이 잘못되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AI 시스템인 챗GPT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결국 일반인들은 챗GPT가 내린 결론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 법률가에게 다시 상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챗GPT가 변호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간단한 법률 상담이나 계약서의 작성 등 일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변호사법의 규정 및 개인 정보의 수집 문제에 있어 실용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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