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본 칼럼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분)이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복수극이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은 오랜 시간 동안 복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힌 무리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폭력을 은폐하고 방조한 선생과 본인의 어머니 등 가해자 모두에게 통쾌하게 복수한다.

드라마의 재미 요소를 떠나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흥미로운 법률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더 글로리’를 재밌게 본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2개의 질문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 질문, “문동은의 복수는 아무런 죄가 되지 않나요?”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등장한다. 동은은 박연진(임지연 분)의 살인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에게 연진이 손명오(김건우 분)의 머리를 가격할 때 사용한 술병에 대해 제보하고, 동은의 제보에 따라 연진을 체포한 경찰은 동은에게 연진이 체포되도록 한 것이 모두 당신의 계획이냐고 묻는다. 경찰의 질문에 동은은 반문한다. “그렇다고 한들, 그게 무슨 죄가 되나요?”

과연 동은의 말처럼 동은의 제보는 정말 아무런 죄가 되지 않을까? 드라마 속 경찰은 진실을 알지 못했던 것 같지만, 사실 손명오를 살해한 사람은 연진이 아니라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김경란(안소요 분)이었다. 동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연진을 살인자로 만들기 위해 경란으로부터 술병을 건네받아 술병에 연진의 흔적을 묻힌 뒤 경찰에 제보한다. 이러한 동은의 행동으로 인해 실제 손명오를 살해한 경란은 형사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러한 동은의 행위는 형법상 증거위조(또는 변조)죄가 될 수 있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하는 경우 증거위조죄 또는 증거변조죄로 처벌된다(형법 제155조 제1항). ‘더 글로리’에서 동은은 경란의 부탁을 받고 경란이 손명오 살해의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살해 도구인 술병을 위조 또는 변조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동은은 증거위조죄 또는 증거변조죄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질문, “하예솔은 전예솔이 될 수 없나요?”

드라마 ‘더 글로리’ 속 가해자 무리의 일원인 박연진과 전재준(박성훈 분)은 불륜관계다. 연진은 건설회사 사장인 하도영(정성일 분)과 결혼했지만, 재준이 운영하는 편집숍에서 여전히 밀회를 즐긴다. 연진은 도영과 결혼한 뒤 딸인 하예솔(오지율 분)을 출산했는데, 사실 예솔이의 친부는 도영이 아닌 재준이다.

동은은 복수의 과정에서 재준에게 예솔의 친부가 재준임을 알리고, 재준은 자기 딸을 되찾기 위해 도영과 대립한다. 과연 재준은 예솔이의 법적 친부가 될 수 있을까? 드라마에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태도를 고려해보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법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므로(민법 제844조 제1항), 하도영은 법적으로 하예솔의 친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을 깨기 위해서는 도영 또는 연진이 서로를 상대로 또는 자녀인 예솔을 상대로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데(민법 제846조), 친생부인의 소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내에 제기할 수 있다(민법 제847조 제1항). 따라서 오래전부터 예솔이의 친부가 재준임을 알고 있던 연진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고, 도영이 연진 또는 예솔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도영과 예솔의 친생자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도영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예솔과 도영의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곧바로 재준이 예솔의 친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준이 예솔의 친부가 되기 위해서는 민법상 인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민법 제855조 이하). 그런데 인지 절차는 예솔이 연진의 혼외자인 경우에만 가능하고, 도영은 예솔이 자신의 딸이라고 선언하면서 예솔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해외로 떠났으므로, 사실상 재준은 예솔의 친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