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주재환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최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 하나의 단어를 선택하라면 단연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 3.5(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이다. 사용자의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도록 설계된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써 오픈 AI사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 봇’이다. 기존 대화형 Chat 봇보다 대폭 증가된 1천750억 개의 파라미터(인간의 스냅스와 같은 역할)를 활용하여 마치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처럼 답변할 수 있기에 ‘사전 훈련 변환기’, 또는 ‘초거대 AI‘로도 불린다.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인공지능 설계를 목적으로 출발한 비영리 조직인 오픈 AI(Open AI)는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3.5 서비스가 공개되자 곳곳에서 경탄과 공포감이 분출되고 있다. “공개된 지 5일 만에 시범서비스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며, 이는 넷플릭스 3.5년, 페이스북 10개월, 인스타그램 2.5개월에 비해 가히 엄청난 열풍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대화를 통해 난이도 높은 학술논문, 에세이, 시, 소설, 보고서 등을 단숨에 써내고, 복잡한 질문에 점차 심화된 답변을 제시하며 기존 질문과 답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놀라운 자극을 보여주고 있다. ChatGPT가 작성한 논문이 의사·MBA·로스쿨 시험을 통과하고 표절 검사까지 통과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실험적이었던 인공지능이 최근 몇 년간 놀랄 만한 발전을 거듭하여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이미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빠르면 4월 이전에 출시될 GPT-4가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기계의 인간 인식 수준은 인공지능 시장이 매년 38%성장 한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조만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ChatGPT는 많은 이들의 감탄과 우려가 교차하며 일각에선 예상되는 해악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는 만큼,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ChatGPT를 포함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사이언스도 ChatGPT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한 연구성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필자는 과거 아이폰의 등장이 일상생활에서 기술과 상호작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ChatGPT는 알파고가 AI 열풍을 일으킨 것 이상으로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정보와 지식의 보편화를 앞당겨 정보화와 지식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데이터는 폭증하고 정보와 지식은 넘쳐날 것이며, 불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정보 과잉으로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주의가 흐트러져 주체적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또한 복제와 위변조가 용이한 디지털 특성으로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기 힘들고 확산 속도도 순식간이라 자칫 혼란스러운 세상이 될 수도 있다. 향후 인공지능 기반 기술과 상호작용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최소한의 기초지식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관련 기술의 이해 정도에 따라 이용자 간 격차는 일상에서부터 심화되며 결국 경제력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 활용과 적응을 위한 교육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질문에 따른 답변을 보여주는 ChatGPT만 보더라도 서비스 설계인 코딩 교육보다는 적절한 질문과 답변에 대한 비판적 판단을 습득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일상화는 기술진보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경고하고 있고 노동이 사라진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도 기술의 진보는 대부분 사회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으며, 사회적 안전장치 이전에 발전된 첨단 기술이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힌 적도 많았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인공지능 기술과 같이 과학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자연어 기반의 언어를 구사하는 ChatGPT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고 구글이 론칭하는 바드(Bard)와의 경쟁은 우리 사회를 지지하는 근간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인간과 기계를 대립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술과 상호작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도구로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모색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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