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로 신차 효과 약발 떨어져, 가격도 풀옵션 2천만원대로 비싸

 

현대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모델/현대자동차 제공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신규 트림 ‘디 에센셜’을 추가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올해 초반 판매량이 지난해 평균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출시 초기 귀여운 SUV로 인기를 모았지만, 출시 3년차에 접어들면서 신차 효과가 떨어진 탓이다. 경차 치곤 높은 가격과 온라인 판매로 인한 쉬운 계약 취소도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4일 현대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캐스퍼는 올해 1월 3천70대, 2월 3천164대를 판매했다. 평균 3천100대 정도 팔렸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 레저용 차량(RV) 중에서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7천461대, 준중형 SUV 투싼 7천197대에 이어 세 번째 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캐스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대대적으로 캐스퍼 판매 촉진 마케팅을 벌였지만 판매량이 지난해 평균 판매량보다 상당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돼 지난해 월평균 약 4천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올 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신규 트림이 추가됐음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경차 시장에서 캐스퍼의 상징성은 크다.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킨 캐스퍼의 인기 덕분에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3만대(13만4천924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기록)를 넘었다. 경기 불황 영향도 있지만 캐스퍼 판매량이 4만8천2대를 기록하며 3분의 1을 차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캐스퍼는 공간 활용도가 높은 SUV 경차이면서 차를 보자마자 ‘귀엽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좋은 디자인으로 출시 초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주요 타깃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세대로 온라인 판매 방식도 판매량 증대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4만8천2대를 판매하면서 국내 판매량 8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으로만 치면 현대차 내 형님 모델인 투싼의 3만3천890대, 싼타페의 2만8천705대도 앞질렀고,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의 4만9천737대에 근접했다.

캐스퍼는 지난해 스테디셀링 카인 기아 레이도 제치면서 국내 경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레이에도 판매량이 뒤지는 모양새다. 레이의 1월 판매량은 3천585대를 기록해 경차 중 유일하게 국내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월에는 무려 4천268대나 팔렸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캐스퍼의 월평균 판매량보다 약 800대 많다. 기아는 지난해 8월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레이’를 출시한 바 있다.

캐스퍼의 인기 하락 원인으로는 신규 트림 추가 외에 2021년 출시 이후 디자인 등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이제는 신차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길었던 대기기간도 많이 줄었다. 최소 5~6개월씩 걸렸던 대기기간이 이제는 한 달이면 출고가 가능하다. 반도체 수급이 완화된 것도 있지만, 올해 3년 차에 이른 캐스퍼의 신차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에 레이는 지난해 8월 두번째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또 기아 모닝 역시 올해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 가격은 1천30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최상위 트림에 선루프·스토리지 등 풀옵션을 더하면 2천만원이 넘어간다. 웬만한 준중형 세단 기본 트림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셈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관련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다. 쏘카·그린카 등 카쉐어링 업체와 협업한 프로모션으로 고객 경험을 늘리고, 세일 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타깃 고객층이 초보 운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현대차의 운전연수 서비스 ‘운전결심’을 통한 제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차다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위탁생산을 하고,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비용을 절감했지만 캐스퍼는 가격 메리트는 적었다”며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인센티브 등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캐스퍼는 세컨드카 개념으로 ‘예쁜데 한대 더 살까’하는 소비였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며 “온라인으로 취소가 쉬운 점도 경기 침체랑 맞물렸을 것이다”고 봤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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