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전쟁도 불사하는 남북간의 강대강 대치상태에 살고 있다. 전투적 노조와 윤석열 정부의 강대강 대응,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을 둘러싼 여야 간 정면 대치 등으로 대한민국 상공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형국이다.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과연 강대강 대치가 어디까지 통할까.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한 달 전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민단체 간 양보 없는 직진 논쟁이 있었고, 50일째 이어지고 있는 유치원 보육교사들의 시청 텐트 농성은 고통(苦痛)이 크다. 그런가 하면 5·18공법단체들과 지역 시민단체 간 대립 역시 강대강을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분명코 강 시장과 시민단체는 서로에게 꺾이지 않았다. 심장 약한 어떤 활동가는 내내 가슴 조려야 했을 정도로 설전이 오갔다. 운동권 특유의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이 강대강의 진수를 보인 것이다. 강 시장은 공정을 원칙으로 새로운 행정권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여기에 결코 시민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독단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지방자치 발전 관점에서 이룩한 민·관 파트너십과 절차를 전면적으로 무시해 버리는 처사로 간주했다. 서로에게 굽힘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양측의 주장은 서로 수용해야 할 지방자치의 중요 요소이다. 강 시장은 공정하고 원칙 있는 행정권을 피력했고, 시민사회는 소통과 협치의 중요성을 내세웠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를 서로가 내실 있게 꾸려나가는데 일치했다. 그리고 소통의 기회를 더 이어가자고 합의했다. 문제가 봉합된 듯하다. 인내와 노력의 결과다.

강 시장은 시민단체의 시정 참여를 위한 ‘포용적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고, 시민단체는 ‘비판과 협력’의 관계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식은 정부와 NGO의 관계에 있어서 정설이다.

그러나 보육교사 문제는 걱정이 크다. 50일째 계속되는 텐트 농성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행정의 역할을 요구하는 보육교사들의 절실한 요구는 이해된다. 동시에 보육교사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발생되는 행정적 문제와 혼란에 대해서도 이해가 된다. 지금과 같은 강대강은 풀어야 한다. 출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 수는 없는가.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직면한 문제라면 노·사·정과 전문가, 당사자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 지금 당장 해결은 힘들더라도 함께 길을 만들어가자. 당사자들과 민주노총도 이미 이 출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광주시도 정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말하지 않고 있다. 조직 논리와 자존심 때문이다. 당장 고통(苦痛)을 겪고 있으면서도 풀지 못하는 현실, 강대강 사회가 낳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항시 최선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에 합당한 출구 전략이 있어야 한다. 다수에게 유익하고 납득할 만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때 유연함과 유능함을 보게 된다. 우리 시대에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 상대방 입장도 헤아릴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강대강만이 능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응대해 나갈 수 있는 해법 말이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잘 경험해 보지 못한 중요한 가치가 존재한다. 바로 자유와 공화(共和)정신이다. 헌법에서 밝힌 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자유의 가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국가, 구속받지 않고 개방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청, 배려, 신뢰, 존중, 협력, 절제 등 공화의 덕목이 오롯이 발현되는 진정한 공화정(共和政)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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