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휴일 점검에도 불구
도시미관 저해·탈법 유혹 여전
대포폰·적은 과태료 단속 발목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노린 불법 대부업 광고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골목길에 붙어 있는 불법 광고물의 모습. /박정석 기자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민들을 노리는 불법 대부업 광고물이 도심을 점령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 유혹에 빠질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9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의 한 주택가. 골목 가로등에 부착된 불법 대부업 광고가 눈에 띈다. 해당 광고에는 ‘급전당일해결’, ‘신용불량·주부·무직자·연체자 누구나 OK’, ‘불법대출 및 대포폰 절대 아님’ 등 급전이 필요한 시민들이 혹할만한 문구가 가득 적혀 있었다.

일대를 둘러보니 가로등마다 이 같은 불법 광고물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광고물을 뗀 곳에 새로운 광고물을 덧대어 붙이면서 가로등은 기둥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울퉁불퉁했다.

인근 주민 안성태(57)씨는 “광고가 붙은 전봇대보다 안 붙은 전봇대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저렇게 광고가 많이 붙어 있으면 없던 대출 생각도 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비슷한 시각, 서구 치평동의 번화가에서는 명함 형태의 불법 대출 광고물이 거리 이곳저곳에 뿌려진 모습이 확인됐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노린 불법 대부업 광고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번화가에 살포된 불법 광고물의 모습. /박정석 기자

이러한 상황은 비단 서구만의 일은 아니다. 실제로 남도일보 취재진이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자치구를 모두 둘러본 결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 같은 불법 대부업 광고물이 만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봇대나 가로등에 부착하는 스티커를 비롯해 오토바이를 타고 마구잡이로 광고 명함을 살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요원한 상황이다. 광고에 기재된 연락처가 대포폰이라는 점 때문에 광고 주체를 추적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명함 형태의 경우 살포 행위 자체를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적발하더라도 과태료 부과액이 크지 않아 광고물 살포가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광주 지역 자치구가 광고물 제거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 배치하고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365 정비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광고물을 수거하거나 제거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불법광고 전화경고 시스템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지속적으로 광고물을 수거하고 있지만 연락처 대부분이 대포폰이라는 점 때문에 단속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불법 대부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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