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근(전 국방부 전문위원)

 

신영근 전 국방부 통일문제 전문위원

해마다 가장 추운 겨울이면 떠나는 남쪽바다 섬마을 여행은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 못가고, 봄을 맞이해 날씨가 따뜻해져서야 집을 나섰다. 이미 목련은 탐스런 꽃망울을 만들기 시작하여 봄을 알리고 있으며, 주변에 ‘봄의 전령사’라고 하는 노란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경관을 마음껏 거닐며 볼 수 있게 되어 벌써부터 흥이 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전주에서부터 시내 중심지를 피해 외곽도로를 따라 국도로 남원과 구례 쪽을 향해 가자면 국도변의 벚꽃나무들이 즐비하다. 도로변의 수많은 벚꽃 나무들은 “나도 한철의 풍요로움을 위해 빛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요”라고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할 것만 같았다.

아직은 활짝 피지 않았지만 꽃망울을 머금은 채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한 모습이 또한 정말 아름다웠다. 구례, 곡성, 순천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햇빛을 바로 보는 양지의 나무는 이미 화사하게 핀 곳도 있다.

올해는 특별히 산동면의 산수화를 보러가는 데 비중을 두었다. 산동의 산수화 축제를 놓치고는 여행의 의미가 없으리만큼 왠지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무려 4년 만에 열리는 산수유 꽃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산동면의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의 일원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전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아 발을 옮길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으며, 아직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4년만의 축제인 만큼 관광객을 위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등 주최 측의 준비도 조직적인 움직임이 눈에 보였다.

19일까지 행사가 열리지만 3월 말경까지도 만발한 산수유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기간 이후에도 이 같은 간단한 안내 등은 동일하게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몸에 산수유 꽃의 향이 베인 듯 나도 봄기운과 함께 들떠있는 마냥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산동마을의 산수유 꽃은 지금부터 1천년 전 중국의 산둥성에서 구례로 시집을 온 며느리가 가져와 처음으로 심었다고 하며, 산동면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방의 자치단체에서 만들어 놓은 마을의 ‘산수유 공원’에 올라가 보면 더욱 특별하였다. 산수유로 물든 온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 그야말로 무아지경이었다. “꼭 사랑한 사람이 아니어도 살며시 두 손잡고 잠시 눈빛 맞추다 보면 늦가을 산수유 붉듯 당신 사랑 익을 겁니다”라는 공원에 써 있는 시 구절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 가면 산수유 붉듯 사랑이 익을거라고,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거든 구례 산수유 마을에 가 보시라는 시인데, ‘영원불변’이라는 산수유 꽃말처럼 사랑이 이루어지나 보다. 사랑이 싹트는 젊은이들의 방문을 재촉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산수유 열매는 서울의 제기동 등 여러 곳의 약재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각종 한약재로 쓰이며,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대학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전국 산수유의 60%를 이곳에서 생산하며 집집마다 산수유 나무가 몇 그루씩은 눈에 띄었다. 게다가 축제장소와는 달리 마을의 골목길과 꽃담 길은 봄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걸을 수 있어서 권장하고 싶다. 산수유와 함께하는 짧은 하루였지만 한 해의 기지개를 펼 수 있는 화사한 봄을 가져옴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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