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최근 40년 동안 우리나라는 꾸준히 건조해지고 있다. 이는 대기 중에 있는 전체적인 수증기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여 상대습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온이 높아져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였고, 결론적으로 대기가 상대적으로 건조해진 것이다.

봄은 사계절 중 가장 건조한 계절이다. 상대습도는 여름 장마가 나타나는 7월에 가장 높고, 겨울철인 1월부터 봄철인 4월까지 가장 낮다. 여기에 최근 40년(1981~2020년) 동안 봄철 상대습도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원래도 건조한 봄에 매년 건조함이 더해지고 있는 셈이다. 화재 예방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서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실효습도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건조주의보가 발표된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12~2월의 평균 건조주의보 발령 일수는 20일 이상이었으며, 강수량 역시 12~3월에 가장 적었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8%가 건조한 봄철에 발생했다. 지난해 213시간 만에 진화되어 역대 최장기간 산불을 기록한 동해안 산불 역시 3월에 발생했다. 동해안 산불의 배경에도 건조한 날씨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도 산불에 영향을 준다. 2021년 겨울철의 대구·경북 강수량은 6.3㎜로 평년값인 73.8㎜의 7.1%밖에 되지 않았고, 1973년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에서는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불위험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산불위험지수는 기상 조건(온도, 습도, 풍속 등)과 지형(고도, 방위), 임상(침엽수, 활엽수, 혼효림) 조건을 종합 분석하여 위험 정도에 따라 4단계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2004년 11월 1월부터 산림청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산불위험지수는 봄철 산불조심기간인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가을철의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산림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불은 바람을 타고 확산하기 때문에 산불 진화 전략을 세울 때는 풍향과 풍속 등 바람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불 발생 시 기상청은 산불지휘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산불 진화 대책 회의 예보 브리핑을 통해 수시로 기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풍향과 풍속을 비롯한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산림청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진화 대책을 마련한다. 또한, 산불 진화를 위한 헬기 운항 시에도 고도별 바람 자료와 시정, 안개 발생 여부 등은 무척 중요하다. 지난 동해안 산불 당시 기상청에서는 이동식 기상관측장비(AWS)와 기상관측 차량으로 산불 현장의 기상 상황을 관측하였다. 이렇게 필요한 자료들을 생산하고 제공함으로써 산불 진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기상청의 역할이다.

지난달 3일 발생한 순천 산불과 같이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대형산불 발생 소식은 2017년 이후로 매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더 이상 아름답고 푸르른 산이 불타서는 안 될 것이다. 마른 산은 장작과도 같다. 기후위기로 점점 말라가는 봄, 산불 예방과 산불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상청 또한 봄을 적시는 촉촉한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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