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 (사)로그人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이사

 

주재환 (사)로그人 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이사

필자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주위에 많은 장애인에 대한 용어를 듣게 된다. 지금도 무심코 사용되는 ‘장애자, 장애우’는 오랜 논의를 거쳐 ‘장애인’으로 바뀌었지만 현재도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나라 법을 보면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고 장애가 있는 사람을 뜻하는 공식 명칭이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바뀌었다. 영어권에서도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이 더 민감하게 다뤄진다. 장애인을 지칭할 때는 ‘Persons with Disabilities’가 통용해서 사용되고 있다. 이 근거를 보듯 한국에서는 장애자(障碍者), 장애우(障碍友)라는 말이 1980년대까지 오랫동안 쓰였지만 1990년대 자(者)에 낮춤의 뜻이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으로 바뀌었다.

방랑자, 우승자, 노동자, 과학자, 학자, 지도자 등 자(者)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다른 용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애자’가 ‘장애인’으로 바뀌게 된 것은 단지 글자 ‘자(者)’에 담긴 낮춤의 의미 때문이 아니라 ‘장애자’라는 단어 자체에 축적되어 온 기존의 부정적인 관념들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에 장애우(友)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장애인에 담긴 차별적인 의미를 없애자는 의미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어 2000년대 초중반에 초등학교에서‘장애우’라고 표현하라고 교육까지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용어가 지닌 한계는 장애인이 장애우란 표현을 들으면 오히려 자신이 차별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뜻의 중립적 표현이지만, ‘장애우’는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우리와 동등한 사회구성원이 아닌, 우리랑은 다른 집단으로 보고 만든 비중립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 점차 이 표현은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장애인 기관에서는 장애자, 장애우를 장애인으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은 적잖은 반론을 맞닥뜨렸다. 반대하는 쪽은 과학자, 노동자, 당선자 같은 예시를 들어 ‘자’가 비하의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앞의 예시 단어들은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이거나 행위의 결과로 규정된 사람이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필자는‘장애자, 장애우’를 ‘장애인’으로 고쳐 부르는 것,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을 바로잡는 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격권을 지닌 존재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해서 인격이 다르다고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도 종종 쓰이는 ‘장애자, 장애우’같은 표현이 역시 부적절하다. 사전에 장애인(障碍人)의 한자의 뜻은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약간 한자를 다르게 바꾸게 되면 장애인(長愛人)은 길게 사랑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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