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2022년 1월부터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었다. 새로운 지방자치법은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33년 만에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로의 변화를 위한 정책방향의 출발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따라 주민자치회로 전환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많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민자치회에 대한 우려섞인 기대 또한 존재한다. 이 와중에도 2013년부터 시작된 주민자치회 시범동 운영이 점차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100% 전환비율을 보인 곳도 있다. 경남 창원시와 남해군은 2021년도에 모든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었다. 이런 추세는 전국적으로 이어져 광주지역 지자체들도 내년을 목표로 자치회 전환을 예정하고 있다. 단체장 의지와 주민들의 요구가 결합되면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주민자치회의 시범운영을 통해 얻은 교훈은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지방자치가 실질화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점이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바뀌면서 몇 가지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는 구성의 변화이다.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50명까지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주민총회는 주민 의사 결정의 최종 회의체로 상정되고 있다. 그리고 주민자치회가‘자치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게 한 점이다. 과거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동 행정을 보조하는‘자문기구’였다면, 주민자치회는 스스로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의제를 사업 계획서로 만들고, 사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어서 실질적 주민자치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기간 동안 주민자치회에 대한 시범운영을 통해 나타난 부정적 평가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당장 단체장의 의지와 주민들의 욕구로 주민자치회가 시행되더라도 불철저한 준비가 형식적 자치로 흐를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한다는 것은 임의조직으로 두었던 것을 법령조직으로 둔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그 자체가 행정사무를 위탁할 수 있는 조직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논의속에서는 이미‘동사무소를 폐지한다’는 주민주도형이 제시되었다. 주민자치회가 사무위탁을 받을 수 있는 법인체로서 조직화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사무국을 두고, 유급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고려하였던 것이다.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도입하려는 제도개혁자들의 의지가 엿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행정안전부가 시범실시를 하면서부터‘귤이 탱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3년도 시범실시에서는 협력형만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동사무소를 그대로 존치하였고,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주민들과 유리되었고 예산도 특별교부세밖에 확보하지 못하여 주민자치의 재정확보나 예산사용도 규제되었다. 주민자치는 사라지고 주민사업운영에 일부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그간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이다. 주민자치회는 자치로서의 기본적인 대표성도 부족하고, 자치로서의 재원도 없으며, 관료제의 그늘아래 의존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읍·면·동단위의 주민자치회라고 하면서 읍·면·동주민들과 유리되어 주민자치위원들이 선출되어 있고, 읍·면·동의 행정사무 중 일부에 대하여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하청단체와 같은 상태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일부 시범 실시한 주민자치회의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자치회장이나 동장, 시·군·구의 행정자치과장의 의견을 들어보면, 카페운영이나 마을기업사업 등을 통하여 주민이 참여하는‘공동체의 일’을 하는 성과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자치로서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거나 자치재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시범실시의 성과평가나 성공사례들을 보아도 이것이 ‘주민공동체 형성을 위한 주민자치회’인지‘행정의 주민자치사무를 거버넌스(governance)로서 행정과 협업하는 주민참여’인지 구분되지 않는 상태를 연출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실시하려는 주민자치정책 추진자들은 이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주민참여가 주민자치회의 기반위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면, 먼저 공공행정조직의 혁신이 필요하다. 꼭 행정공무원이 해야 할 일만 남겨두고, 나머지의 지역자치사무와 지역공동체사무들은 주민자치회로 이관(empowerment)하여야 한다. 자치기반이 조성되어 있는가가 행정사업의 성패에 결정적이라는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행정공무원의 철학과 의식, 자치에 대한 인식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진정한 주민자치는 행정공무원의 행정하는 방식의 전환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주민자치에 대한 철학과 이론을 겸비한 정책실무가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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