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검정·주황 화려한 옷입고‘활짝’
청미래덩굴, 지그재그형 갈고리모양 가시
일부 ‘망개나무’‘맹감나무’라 불려지기도

청가시덩굴, 청미래덩굴보다 얇은 잎몸
곧은 바늘모양 가시·남흑색 열매 맺어
청가시나무 먹고 6월에 유충 거쳐 3월에 우화
나방이름 ‘얼룩’ 명명은 아직도 의문점으로

 

얼룩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얼룩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얼룩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얼룩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비 온 뒤의 숲은 참으로 싱그럽다. 요즘 숲에 들어가면 층층나무와 비목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어 정겹다. 아카시아도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진한 향으로 벌과 나비를 부른다. 고광나무도 뒤질세라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드물게 보이는 괴불나무도 바람결에 하얀 속살을 내 보이고 있다. 이런 꽃들과는 조금 다르게 약간은 볼품없게 느껴지는 꽃도 보인다. 원줄기는 마디에서 굽어 지그재그형이며 갈고리형 가시를 가지고 있는 나무, 청미래덩굴이다. 지방에 따라 ‘망개나무’ 또는 ‘맹감나무’라고도 불린다. 민간에서는 이 나뭇잎으로 떡을 싸서 찌면 서로 달라붙지 않으면서 향이 배어 들어가 맛도 좋고 오랫동안 쉬지도 않는다. 망개떡이다.

또한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는 열매는 달콤하면서도 새콤하여 배고픈 시절 간식으로 따먹기도 하고 새들의 겨울식량이기도 하다. 요즘은 멋지게 뻗은 덩굴줄기와 함께 꽃꽂이 재료로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가을 산속을 걷다보면 가시에 옷이 걸려 찢어지거나 가시에 찔려 고행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가시가 청미래덩굴 가시로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들의 갈길을 훼방 놓는다. 이런 청미래덩굴과 비슷한 청가시덩굴이 있는데 청미래덩굴에 비해 잎몸이 얇고, 가시가 곧은 바늘모양이며, 열매는 남흑색으로 익는 점이 다르다.

2021년 6월 5일, 강원도 영월의 장릉을 찾았다. 장릉과 덕산기계곡, 그리고 석병산을 둘러보는 일정인데 주로 보기 힘든 나무와 꽃들을 관찰하는 팀에 합류한 것이다. 혼자서 가기에는 너무 멀지만 같이 묻어가니 큰 행운이었다. 산작약과 털댕강나무도 만나고 수확이 쏠쏠하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곳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살고 있는지다. 시간이 촉박해 오래 머물수는 없었지만 청가시덩굴에서 멋진 애벌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정색과 주황색 줄무늬가 확 눈에 들어온다. 앞가슴과 배 끝은 주황색이고 검정점들이 있다. 얼룩나방 애벌레다. 두 녀석을 봤는데 한 녀석은 잎에 가만히 붙어 있었고, 한 녀석은 연한 청가시덩굴 잎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청가시덩굴은 청미래덩굴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데, 식흔은 자주 관찰되지만 이것을 먹고 사는 애벌레를 보기는 쉽지 않다. 먼길을 달려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유충시기는 6월인데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이듬해 3월 우화한다. 백합과의 청가시덩굴과 청미래덩굴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단식성으로는 꽃꼬마밤나방, 긴날개꼬마물결자나방, 왕흰줄태극나방, 흰줄태극나방 애벌레가 있고, 협식성으로 얼룩나방, 갈색독나방 애벌레가 그리고 광식성으로 검은선두리알락나방 애벌레가 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씩 찾아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얼룩나방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앞뒤 날개 아외연부에 흰무늬가 줄지어 있는 얼룩나방은 2022년 4월에 소개한 적이 있는 애기얼룩나방과 정말 비슷하다. 차이점은 앞날개의 흰 무늬가 다르고 뒷날개의 가장자리도 애기얼룩나방은 검은색이지만 얼룩나방은 흰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엔 두 종이 너무 헷갈려 애기얼룩나방을 얼룩나방이라 이름 붙여 두었었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으로 정정했으니 다행이다. 나방 이름에는 얼룩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나방을 보면서도 왜 얼룩이라고 명명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뒷노랑얼룩나방과 애기얼룩나방 애벌레는 비슷하지만 얼룩나방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무튼 비슷한 이름과 생김새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얼룩나방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 부탁해 표본사진까지 받았다. 항상 고마운 분이다. 이번 달부터는 충남의 산들을 같이 돌아보며 애벌레를 찾아보기로 했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 실행치 못하고 있다. 새로운 녀석들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청가시덩굴(2018년 11월 27, 바탈봉)
청가시덩굴(2018년 11월 27, 바탈봉)
청미래덩굴(2021년 10월 11일, 화시봉)
청미래덩굴(2021년 10월 11일, 화시봉)
얼룩나방(2009년 5월 24일)
얼룩나방(2009년 5월 24일)
얼룩나방(2009년 3월 20일)
얼룩나방(2009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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