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뜨거웠던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행사가 부활제를 끝으로 이제 막바지에 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일빌딩245 일대와 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 북적이던 시민들의 발길도 점점 한산해 지고 있다.

해마다 그래 왔지만 5월 광주로 모여지는 국민적 관심과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직전 주말을 이용해 광주를 찾은 청년,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참배 행렬은 구묘역과 신묘역을 가득 채웠다. 특히 전국에서 집결한 13일의 국민대회 열기는 어느 때보다 조직적이고 뜨거웠다. 주먹밥 행사로 시민참여 행사도 다채로웠다.

5월에 대한 뒷담화도 그만큼 풍성하다. 특전사의 5·18묘지 참배와 화해 선언, 이로 인한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간 대립적 관계, ‘전두환 비자금’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응징하고 있는 전우원씨의 거침없는 행보, 윤석렬 대통령의 참석과 5월 어머니들의 동반 입장, 그리고 5·18공법단체들의 광주시장과 부시장에 대한 연이은 고발 등으로 지역사회 내 후유증이 적지 않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5·18에 대한 또 한번의 피로감으로 느껴야했다. 5·18 진실규명이여전히 역사적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5월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인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불협화음만 커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감정적으로 확대되면서 그 골이 깊어지는 양상은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5·18을 둘러싼 지역사회 내의 갈등과 불협화음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꾀나 긴 역사가 있고 내부의 문제가 곧 의견 차이의 정도를 말해 준다. 5·18에 관한 각기 다른 사업 방식과 활동 방식의 차이가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크다. 공법단체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고질적인 문제일 것 같지만 꼭 부정적이지만 않다. 광주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위대한 공동체 정신을 경험했고 그 안에서 한방향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공론장(公論場)인 것이다. 광주가 경험한 대표적인 공론장은 1980년의 대항 공론장과 2018년의 도시철도2호선 공론장이다. 광주의 대항 공론장은 불의한 권력에 대항해서 자율적 시민 공론화를 거치며 함께 소통하고 함께 공분하고 시민적 합의로 실천행동을 만들어낸 시민 공론장의 원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2018년 도시철도2호선 공론장을 통해서 16년 동안 해묵었던 지역의 문제를 일거에 풀어냈던 전통을 수립했다. 성숙한 시민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당시에 참여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선각적 노력으로 지역 문제를 풀었던 귀중한 경험은 오늘날 공론장의 본보기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과 저력을 누가 어떻게 다시 끄집어 낼 것인가. 지역 시민사회의 역할과 분발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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