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국립목포대 교양학부 교수)

 

박성현 국립목포대 교양학부 교수

12년 전, 2011년 3월 11일 오후 평범한 하루였다. 대학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거세게 흔들림과 함께 핸드폰에서 지진 발생 대피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일본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도서관을 뛰쳐나갔고, 필자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여 대피했다.

그 날, 일본 동부 연안과 70㎞ 거리에 있는 태평양 해저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거대한 쓰나미는 높이 14m를 초과하며 일본 본토의 북동부지역을 강타했다. 이는 한 달 동안에만 여러 차례의 여진이 동시에 몰아쳤던 동일본대지진이었다. 이러한 재앙은 해안 마을들을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것 외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4기가 연이어 폭발하여 초대형 원전 사고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으며, 방사능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어 방사능 유출과 인명 피해, 환경오염 및 장기적인 방사능 축적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다.

후쿠시마현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본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외부로의 이동을 멈추었다. 필자 역시 두 달 동안 외출을 자제하고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주변 마트만 이용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외출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형태였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즉각적인 피해가 나타나지 않아서 더욱 두려움이 컸다.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하던 다른 나라 유학생들 대부분은 본국으로 귀국하거나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의 사건이지만, 그때의 공포와 두려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여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일본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계속해서 물로 식혀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ALPS)를 사용하여 처리하고, 이르면 7월에는 태평양으로 방출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처리한 오염수의 방사선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의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01년의 52.8㎏에서 2019년에는 69.8㎏으로 증가했다. 이는 세계 수산물 소비량의 3배보다 많아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수산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한 수산물 공급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조사한 ‘해양수산 국민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산업의 공익적 역할 중 ‘안전한 수산물 공급’이 2021년에는 46.1%, 2022년에는 62.9%로 응답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사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출한다고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방류지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수산물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은 국내 수산물 소비시장의 위축을 일으킬 수 있는 수산물 안전성과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원전사고 이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실시한 ‘수산물 소비변화’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중이 81%에 이르렀다. 또한, 2021년 5월 (사)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수산물 안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이 원전사고 발생지인 만큼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면, 그 기간은 앞으로 30년일지, 50년일지 모른다. 혹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방류될 수도 있다. 방류된 오염수가 후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12년 전에 겪었던 그 공포와 두려움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 만약 막을 수 없다면, 오염수 방류에 따른 실질적인 수산업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 오염수 방류는 어업인을 비롯한 수산업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업 전후방 연관산업 및 관광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신중한 검토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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