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이서영 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이서영 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올 가을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지인은 입주예정일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은 커녕 근심만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불황을 안고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았던 금리가 하락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내려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았다는 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초반 2.95% 였던 금리는 6회차만에 6.34%까지 인상돼 월 30만 원을 넘지 않았던 이자가 70만 원까지 솟구쳤다. 그는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에 어깨가 무겁다”며 “금리 하락기에 접어든 은행들의 담보대출 이자 인하는 전혀 움직임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의 압박에 ‘상생금융 지원’을 대책으로 내놓았으나 개인 고객에 ‘상생’이란 여전히 남의 집 이야기다. 특히 가계 대출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도금대출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상품은 지원 대상과 거리가 멀다. 꾸준한 수요로 수익 창출이 보장되는 거위를 은행권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 동결과 함께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변동 금리 적용까지 시일이 걸려 서민들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까지는 먼 이야기다. 자금이 적은 서민들은 버틸 여력이 없다며 이자를 미납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서일까. 은행권의 ‘상생 행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역마진’타령을 하며 공시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청년도약계좌’는 11개 은행이 나란히 최고금리 6.0%를 확정하며 막을 내렸다. 은행권은 청년 중장기 자산 형성을 위한 ‘5천만 원 목돈 마련’ 조건 부합을 위해 턱걸이 금리를 겨우 책정한 셈이다. 정부의 압박도 통하지 않은 단합(?)이다. 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14조7천억 원, 당기순이익은 7조 원이다. ‘청년도약계좌’에 따른 은행 손실을 우려하기에는 큰 이익이다. 이런 가운데 우대금리 비율 인상을 조건으로 겨우 구색을 맞춘 은행들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까지 한다.

올해 초 정부의 질타에 부랴부랴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던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은행은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민간기업이나,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2년 최대 이익을 달성한 은행권의 실적에는 국민들의 헌신이 녹아들어있다.

최근 은행들은 국민들이 이를 잊기라도 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국민들도 은행권 행보를 꾸준히 감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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