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지난 6월 10일은 ‘6·10 민주 항쟁’ 기념일이다. 1987년 6월 전국에서 군부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 낸 민주화운동! 이는 한국 현대사의 최대 의제(Agenda)인 ‘민주화’의 실현으로 나아갈 역량을 보여준 쾌거였다.

6월 10일! 많은 분이 정성껏 한국 현대사의 위대한 어느 선생님을 기억하면 이 땅에 많은 복이 지어지겠지요.

중학생 시절에 그분의 존함을 처음 들었다. 제8대 국회의원 선거(1971.05.25.) 때 광주광역시 ‘학동 8거리’(현재는 재개발로 사라짐)에서 유세하던 당시 야당 후보가 당신을 격려하러 그분이 오셨다고 소개했다. 어스름한 저녁때인지라, 그분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는 또록또록하고 호소력이 컸었다. 그 선거에 바로 앞서 김대중 후보와 박정희 후보가 맞선 제7대 대통령선거(1971.04.27.)가 치러졌었다. 50여 년 전의 일인데도 그 기억은 잘 떠오른다.

그분께서 당시 대통령 박정희의 1972년 10월 17일 특별 선언 직후에 ‘당당하게 잡혀갈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시면서 가장 많이 부르셨다는 찬송가는 “어느 민족 누구게나”이다(한겨레, 2015.08.30.). ‘어느 민족 누구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주가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악이 비록 성하여도 진리 더욱 강하다/ 진리 따라 살아갈 때 어려움도 당하리/ 우리 가는 그 앞길에 어둔 장막 덮쳐도/ 하느님이 함께 계셔 항상 지켜주시리/ 아멘’(새찬송가 586장 1절·4절).

그분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이후에 찬송가 “어서 돌아오오”를 자주 부르셨다(한겨레, 2015.11.08.). ‘어서 돌아오오, 어서 돌아만 오오/ 우리 주는 날마다 기다리신다오/ 밤마다 문 열어 놓고 마음 졸이시며/ 나간 자식 돌아오기만 밤새 기다리신다오’(새찬송가 527장 2절). 당시에 남편을 감옥에 둔 그분께서는 개사하여 혼자 조용히 부르셨다. ‘어서 돌아오오, 민주회복 어서 오오/ 주의 부르심 받아 민주회복 외치니/ 부당 조치 강권발동 쇠사슬로 묶어도/ 용감하게 싸우고 싸워 필승하리, 민주용사.’(한겨레, 2015.11.08.).

‘3·1 민주구국선언’은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윤보선, 김대중, 문익환, 김승훈, 함석헌, 함세웅, 안병무 등 각계 지도층 인사가 발표한 선언이다. 당시는 ‘10월 유신’이라는 암흑기였다.

아마도 “어서 돌아오오”를 들으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탕자의 비유’(루카 복음서, 15:11~32)를 떠올리리라. ‘나간 자식 돌아오기만 밤새 기다리신다오.’는 아버지의 애간장 타는 절규다. 그래도 그 아버지에게 희망은 끊어지지 않았다. 나간 자식이 아직은 어딘가에 살아서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커 보인다.

민주화운동 열사와 희생자의 부모·형제, 그리고 4·16 세월호 사변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2021년 6월 7일 광주광역시 학동 참사 등으로 인한 희생자의 부모·형제, 노동현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부모·형제는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보다 더 처절한 상황이지 않은가. 이를 누가 헤아려야 하는가?

지난 5월 2일 어느 연구소가 사무실 이전 개소식을 하면서 훌륭한 벗이 축가를 부탁하기에 ‘어느 민족 누구게나’와 ‘어서 돌아오오’를 불렀다. 그 노랫말이 보여주는 말씀은 ‘6·10민주항쟁’ 46주년인 오늘에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마음은 더 짓눌리누나. 민주화와 역사발전은 시시포스 신화의 주인공 시시포스가 정상으로 올린 돌이 다시 밑으로 굴러 내리면 또다시 그 돌을 밀어 올리는 일과 같은가? 그저 되뇐다, ‘역사는 그 자신을 되풀이한다.’(History repeats itself.)

그분은 1862년 ‘임술(壬戌) 농민항쟁’ 1주갑인 1922년 임술년에 태어나시어 2019년 6월 10일에 소천하셨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분이 하늘로 이사하신 날은 ‘6·10민주항쟁’ 42주년이었다.

그분, 바로 이희호 선생님의 목소리가 새삼 들리지 않는가. 어서 돌아오오, 민주회복 어서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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