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예! 대왕마마!”

신하가 대답하고 항아리 속의 쥐를 살펴보니 암쥐였다. 신하는 얼른 그 쥐를 잡아 배를 갈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암쥐의 뱃속에는 곧 태어나기 직전의 새끼 쥐 세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신하는 곧바로 왕에게로 달려가 그 사실을 보고했다.

“대왕마마! 그 쥐는 암쥐로서 배를 갈라보니 새끼 세 마리가 있었사옵니다!”

“뭐? 뭐라! 내가 큰 실수를 하였구나!”

왕은 놀라 소리쳤다. 그렇다면 홍계관이 네 마리의 쥐가 그 항아리 속에 있다고 했던 말이 맞는 말이 아닌가! 왕은 잘못하여 신통한 명점술가(名占術家) 홍계관을 죽이게 된 것을 알고는 급히 신하에게 소리쳐 말했다.

“지금 당장 형장(刑場)으로 달려가 홍계관의 형집행(刑執行)을 중단하도록 하라!”

왕의 처형중단(處刑中斷) 명령(命令)을 받은 신하가 급히 말을 몰아 형장으로 달려갔다.

신하가 말을 쏜살같이 몰아가는 순간 홍계관은 처형장의 형틀에 묶여 언제 목을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망나니의 칼춤 추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제 막 한 식경이 된 찰나였다.

그때 신하가 말을 몰고 당고개(堂峴)를 넘어오면서 멀리 보이는 형장을 향해 손짓하며 소리쳤다.

“형집행(刑執行)을 당장 중단하라! 대왕마마 명령이다!”

형장에서 형리(刑吏)가 말을 몰아오는 신하가 멀리서 손짓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형리는 그 손짓하는 모양새를 보고는 ‘왜 빨리 처형하지 않느냐?’며 칼춤만 춰대며 늦춰지는 처형을 책망하는 것으로 알고 말았다. 순간 형리는 망나니를 보며 소리쳤다.

“망나니야! 꾸물대지 말고 어서 처형하라!”

순간 칼춤을 추던 망나니는 형리의 호통 소리를 듣고는 높이 솟아오른 칼날을 그대로 홍계관의 목을 단 일합(一合)에 그어버렸다.

“아! 으윽!”

짧은 홍계관의 비명(悲鳴)과 함께 그 목이 땅바닥에 검붉은 숯덩어리처럼 ‘댕겅!’ 굴러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바로 한 식경을 넘나드는 간발의 찰나였다.

“아아! 하늘이 정한 명은 도무지 어쩔 수가 없구나!”

홍계관은 칼날이 목을 스치는 순간 속으로 그렇게 소리치며 죽었다.

그 소식을 들은 왕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차! 내 실수로 명점술가(名占術家)인 일관을 죽게 하였구나!”

왕은 자신의 실수를 가슴 아파하였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눈먼 점쟁이 홍계관은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 뒤로 그 당고개(堂峴-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2가 문배산 기슭)가 있는 산을 아차산이라 불렀고 그 고개를 아차 고개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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