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김형주 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여론조사는 정당이나 정치인,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 흐름이나 당선예측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궁금함이 풀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조사결과임에도 결과가 다르고 차이도 꽤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표본집단이나 대표성 담보, 질문 방식 등과 같은 조사 설계의 차이와 전화면접조사와 자동응답전화(ARS)와 같은 조사방식에 따라 현격히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자치단체장 취임 1년을 맞아 실시된 직무수행 평가에서 조사기간이 불과 하루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결과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광주MBC 등 3개사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가 6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광주시민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해 광주시민 46.5%가 긍정평가를 했다. 하루 뒤인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전남매일이 의뢰하고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광주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강 시장의 시정평가에 불과 32.6%만 “잘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기간이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두 조사결과의 긍정평가는 무려 13.9% 차이가 발생했다. 들쑥날쑥이다.

전국적 조사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의 6월 4주 차 정당지지도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갤럽 조사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31%로 나타났고, NBS전국지표조사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5%로 오차범위(±3.1%)를 넘어서는 10% 격차를 나타냈다. 반면,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 43.8%, 국민의힘 38%로 오히려 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오차범위(±2.0%)를 넘어서는 5.8%의 우위를 보였다. 한국갤럽과 NBS 전국지표조사는 전화면접조사이고 리얼미터는 ARS 자동응답전화조사다. 일반적으로 전화면접과 ARS 조사에서의 차이는 익히 알고 있지만, 문제는 동일한 전화면접인 갤럽과 NBS조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조사간 차이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략 몇 가지를 지적한다. 먼저 조사방법 차이다. 전화면접인지 ARS조사 인지에 따라 응답률과 접촉률에서 꽤 큰 차이가 발생하고 이 차이는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최근 강 시장 직무평가에서도 전화면접인 코리아리서치 조사 응답률은 14.6%였고 ARS인 리서치뷰 조사 응답률은 5.8%에 불과했다. 응답률에서 무려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숙련된 면접원이 통화를 계속 이어나가 응답성공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전화면접의 응답률이 월등히 높다. 그러다보니 전화면접방법은 정치적 저관여층의 응답도 포함되어 객관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한다.

다음은 가중치다. 표본의 성별, 연령별, 지역별 목표 할당치를 채우지 못하면, 가중치 배율이 달라진다. 가중치가 지나치게 작거나 크면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생기고 결과의 객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고시에 따라 가중치가 0.7~1.5 범위 안에 있는 조사만 공표할 수 있다. 가중치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해당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표집 방법이다. 표집 방법은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 방식과 무작위 생성방식인 RDD방식이 있다. NBS조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조사가 가상번호로 표집틀을 사용하나,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은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사용한다. 일부에서는 동일한 전화면접방식임에도 정당지지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갤럽과 NBS 조사 결과 차이의 원인을 표집틀의 문제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질문의 객관성, 설문의 길이, 척도, 유무선 비율, 재발신, 조사시간, 셀가중·림가중과 같은 가중적용방식 등에 따라서도 편향(bias)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완전한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질문, 즉 자극을 통한 응답자의 반응이다. 자극을 어떻게 했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편향을 최소화해 얼마나 더 정확하게 자극하고 반응을 받아내는가의 문제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추세와 흐름이다. 그것이 여론조사 결과를 대하는 현명한 시민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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