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4곳·전남 8곳 수변지역 조성
광주 북구 영산강변 신설 추진
환경단체 “생태계 파괴” 반발
‘우려가 현실로’ 조성 부지 침수
“대체 부지 물색해 장소 옮겨야”

 

지난달 28일 내린 폭우로 광주 북구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가 침수된 모습.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열풍으로 골프장 조성이 앞다퉈 진행되는 가운데 광주 지역 파크골프장이 하천부지를 중심으로 신설 움직임을 보여 생태계 훼손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는 파크골프장이 하천부지에 신설될 경우 환경파괴와 폭우 시 안전 위험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최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걱정이 현실화됐다.

5일 광주·전남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조성된 광주 파크골프장 8곳 중 4곳이, 전남 파크골프장 34곳 중 8곳이 하천부지에 조성돼 있다

이는 정비된 둔치를 활용하면 지자체들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빠르게 파크골프장을 만들 수 있는 이점 탓이다.

지자체는 도심 속에서 적절한 파크골프 부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신설 장소로 하천 부지를 선호하고 있다.

광주 북구도 27홀 파크골프장 부지로 영산강 하천부지를 낙점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자 환경단체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하천 부지에 이미 많은 체육시설이 개발돼 있는데다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홍수 범람 위험 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이경희 사무처장은 “파크골프장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더이상 하천 부지의 과도한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산강이 지나는 북구지역 하천부지의 43.2%가 축구장과 야구장 등 체육시설로 이미 개발돼 있다”며 “하천부지에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지금부터라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수달이 살고 있는 서식지가 파괴돼 생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파크골프장이 주로 조성되는 하천 인근은 식생이 많고, 야생 동물의 터전으로 이용되는 곳”이라며 “공사 시 개발, 벌목 등으로 인해 생태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 북구가 영산강변 부지를 활용,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하천 부지에 이미 많은 체육시설이 개발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환경단체가 건립을 반대하면서다. 사진은 광주 북구가 연제동 730번지 일대에 조성중인 파크골프장 부지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폭우 시 침수 피해와 불필요한 예산 투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북구가 조성하려는 지역은 저류지와 연제배수문이 있는 등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점”이라면서 “홍수가 발생해 파크골프장 시설물이 피해를 입으면 이를 처리·복구해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이 쓰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측은 지난 2020년 파크골프장 건립예정지 인근 북구 종합운동장이 홍수로 인해 복구 비용만 15억 원이 투입된 예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200억원 상당을 들여 조성한 서봉파크골프장 또한 개장도 하기 전에 수해를 입어 복구비용으로 9억여원의 예산을 썼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 지난달 28일 광주에 시간당 5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자 강변에 위치한 북구종합운동장의 시설이 엉망진창된 것은 물론 해당 파크골프장 부지도 물에 잠겼다.

현재 북구는 해당지역에 토사 유출과 시설물 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해 복구 작업 중에 있다.

그러자 환경단체는 침수가 불 보듯 뻔한 하천 부지에 파크골프장을 더이상 설치해서는 안된다며 조성 부지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영산강변을 제외하고는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렵다”며 “환경단체가 민간 재정공원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시설률 제약이 있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립 민원이 지속 제기돼 짓지 않을 수도 없고 도심 속 조성부지가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면서 “이곳이 물에 잠긴 것도 비가 많이 온 것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홍수통제소에서 수문을 개방해 급속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대체부지로 재정공원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시설률 제약이 있어 어렵다. 배수로를 확보하는 등 침수 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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