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나무잎 두장 밑에서 ‘빼꼼히’ “나 ~여기 숨어 있지롱~”

가지가 층을 이루고 돌려나는 ‘층층나무’
‘6잎’ 육가수·단목·폭목이라 불리기도
애벌레, 층층나무 잎 야금야금 먹고 살아
몸길이 20㎜…몸통에 하얀가루가 묻은 듯
다 자라면 붙인 잎 속에서 번데기로 진화
나방, 흰색 날개 앞뒤에 검은색 점 1개씩
쌍점줄갈고리나방 사진 게재 못해 아쉬워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42] 쌍점줄갈고리나방
 

 

층층나무(2014년 7월 5일, 용흥사)
층층나무(2014년 7월 5일, 용흥사)

가지가 층을 이뤄 돌려나므로 층층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있다. 층층나무는 층층나무과 중에서 유일하게 잎이 어긋난다. 이 나무는 한 그루씩 외톨이로 떨어져 자라 넓은잎이 달린 가지가 수평으로 펼쳐져 햇볕을 독차지할 수 있도록 돌려나며 계단처럼 층을 이룬다. 이것은 층층나무가 살아가는 삶의 전략이기도 하다. 줄기 하나에 6개의 잎이 달려 있어서 육가수, 곧도 단정하여 단목이라고도 부른다. 넓게 자리잡고 햇볕을 많이 받아 주변에는 다른 나무나 풀 등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하여 숲속의 무법자를 뜻하는 폭목(暴木)이라 부르기도 한다.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이런 층층나무 잎을 2장 붙이고 밑의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층층나무 잎이 무성한 6~9월에 만날 수 있는데, 잎 2장을 단단히 붙여 놓은 것이 흔히 보인다. 2015년 8월 29일,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 흔적이 많이 봤다. 조심스럽게 잎을 벌려 보니 멋진 애벌레 한마리가 있다.

머리는 미색이고 몸통은 연두색에 하얀 가루가 약간 있는 듯 느껴진다. 쌍점줄갈고리나방 애벌레다. 유충길이는 20㎜ 정도다. 어린 애벌레는 너무 작아 종의 구분이 힘들다. 하지만 머리를 보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온다. 생활방식, 먹이식물, 발생시기가 같고 몸의 색깔도 아주 비슷한 물결줄흰갈고리나방 애벌레가 있는데 녀석은 머리가 검은 것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막상 녀석들을 만나면 무척이나 햇갈린다. 그래서 머릿속에 ‘쌍미물검’이라 기억해 두고 있다. 쌍점줄갈고리나방 애벌레는 머리가 미색이고 물결줄흰갈고리나방 애벌레는 검은색인 것을 줄여서 외우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14일, 장성 입암산성 가는 길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많은 숲해설가 회원들 앞에서 녀석들의 차이점을 설명하니 모두들 놀랜다. 그냥 붙어 있는 나뭇잎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애벌레를 찾아내고 유사한 종들과 비교까지 해주니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느 누구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될 것이다. 쌍점줄갈고리나방 애벌레는 흔하게 관찰되는데 물결줄흰갈고리나방 애벌레는 개체수가 드물어 만나기 쉽지 않다. 다 자란 애벌레는 붙인 잎 속에서 번데기가 되어 10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쌍점줄갈고리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날개는 흰색이고 검은 점이 앞뒤 날개 모두에 각각 1개씩 있다. 그래서 쌍점에 줄이 있는 갈고리나방이라서 이름이 쌍점줄갈고리나방이라 기억하면 만날 때마다 불러 주기 쉬운 것 같다. 애벌레도 물결줄흰갈고리나방과 비슷해 헷갈렸지만 어른벌레도 아주 비슷한 녀석이 있다. 만주흰갈고리나방이다. 필자도 지금껏 만주흰갈고리나방을 쌍점줄갈고리나방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2013년 9월 1일, 장성 불태산에서 짝짓기 중인 나방을 만났다. 앞뒤 날개에 있는 검은 점, 그리고 횡선들만 보고 쌍점줄갈고리나방으로 동정했었다. 2014년 6월 4일, 담양 추월산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을때도 의심의 여지 없이 쌍점줄갈고리나방으로 이름 붙이고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하지만 막상 소개하려고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쌍점줄갈고리나방이 아니라 만주흰갈고리나방이다. 아직까지 쌍점줄갈고리나방은 못 봤던 것이다. 앞뒤 날개는 은백색 바탕이며, 힁선들은 흐릿하고 황갈색을 띄는데 만주흰갈고리나방은 횡선들이 뚜렷하다.

지금까지 여러 나방에 관한 글을 쓰면서 애벌레와 어른벌레 모두를 소개해 왔는데 쌍점줄갈고리나방은 최초로 소개하지 못하는 불명예(?)을 안게 되었다. 그래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누를 범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 주어 뿌뜻하다. 이제 장마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더욱 분발하여 부지런히 발품을 팔자. 쌍점줄갈고리나방의 생생한 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는 날이 꼭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8년 7월 14일, 입암산성)
쌍점줄갈고리나방애벌레(2018년 7월 14일, 입암산성)
만주흰갈고리나방(2014년 6월 4일, 추월산)
만주흰갈고리나방(2014년 6월 4일, 추월산)
만주흰갈고리나방(2013년 9월 1일, 불태산)
만주흰갈고리나방(2013년 9월 1일, 불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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