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대롱대롱’ 생존경쟁서 살아남기
잎 뒷면에 은백색 비늘털 있는
보리수 나무에 실을 내고 매달려
흑자색 노숙유충 관찰 더 어려워
몸통에 검은 점무늬 잘 찾아내야
참그물가지나방과 생김새 헷갈려

 

 

고운날개가지나방(2015년 5월 23일, 산내)
고운날개가지나방(2015년 5월 23일, 산내)

애벌레를 관찰하러 다니다 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위장하고 있는 녀석들을 만나게 된다. 그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며 종족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녀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어 치우고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애벌레들은 치밀하게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보리수 나뭇가지에 실을 내어 나뭇가지처럼 매달린 유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적 파리똥나무라 부르며 열매를 따 먹기도 했는데, 비슷한 나무로 보리장나무와 보리밥나무가 있다.

같은 이름의 다른 보리수나무도 있는데, 인도보리수(菩提樹)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나무다. 사찰에서는 흔히 피나무과 찰피나무, 보리자나무 등을 보리수로 부르는데 인도보리수가 자랄 수 없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인도보리수와 잎 모양이 비슷한 피나무속의 나무들을 불교 신앙의 대상인 보리수 대용물로 심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보리수나무의 보리는 곡식의 보리를 뜻하는 말이기에 불교나 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무다. 보리수나무는 잎 뒷면과 어린가지에 은백색의 비늘털이 있고 가지에 가시가 있다.

2018년 8월 18일, 함양 음정마을에서 지리산 벽소령 오르는 길에 보리수나무가 많이 보인다. 보리수 잎 뒤에 붙어서 잎을 먹고 사는데 잎 뒷면과 꼭 닮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보리수 나뭇가지처럼 붙어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고운날개가지나방 애벌레다. 대충 지나치면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다. 꼭 한번 찾아 보고 싶었던 녀석인데 운좋게 만날 수 있었다. 노숙 유충은 나뭇가지 색깔과 비슷한 흑자색으로 변해 관찰하기가 훨씬 어렵다.

2023년 7월 26일, 아산시 영인면에서 고운날개가지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보리수나뭇잎에 실을 내어 머리를 매달고 있다. 몸통에 검은 점무늬가 없었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유충길이도 20㎜ 정도로 작아 흔한 종이지만 신경쓰고 찾지 않으면 쉽게 관찰 할 수가 없다. 일주일여가 지난 8월 3일, 녀석이 아직도 있는지 다시 그 자리에 가 봤다. 그 녀석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운날개가지나방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1배마디에 상처같은 검은 무늬가 특징이다. 7~9월에 보이는 녀석들은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10여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고운날개가지나방과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2013년 8월 25일, 관찰한 장소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날개 무늬만 대충 보고 고운날개가지나방으로 이름 붙여 두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잘못 동정한 것이었다. 참그물가지나방인데 고운날개가지나방으로 알고 있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2015년 5월 23일, 남원 산내면에서 고운날개가지나방을 만났다. 두 녀석을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날개는 옅은 황백색이며 외연부는 회갈색을 띤다. 앞날개 외횡선 1/2 부근에 횡선과 날개맥으로 나뉜 크고 작은 검은색 무늬가 여러개 있다. 참그물가지나방은 앞날개와 뒷날개 외횡선에 검은 무늬가 산재한다.

늦었지만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껏 소개했던 나방들도 혹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겠다. 어떠한 경우라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영인면 주변에 다양한 나방들이 목격된다. 무더위라 탓하며 조금씩 나태해져가는 자신을 일깨우고 좀더 자연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짐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고운날개가지나방애벌레(2018년 8월 14일, 음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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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날개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8월 3일, 영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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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고운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7월 26일, 영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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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그물가지나방(2013년 8월 25일)
참그물가지나방(2013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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