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남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있어 ‘참나무 6형제’라고 한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모두 꽃이 핀 그 해 가을에 도토리가 익어서 떨어진다.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그 해 꽃이 피고 나서 그 이듬해에 도토리가 달리고 떨어져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참나무들이 서식하는 영역을 보면, 야산이나 동네 뒷산에는 상수리, 굴참나무들이 많고, 경쟁자가 있어도 힘이 좋고 습기가 많은 계곡에는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많다. 바람이 많고 메마른 산 능선이나 꼭대기 부근에는 떨갈, 신갈나무가 주로 서식한다. 산 정상에서는 신갈나무가 대체적으로 많다.

참나무가 속하는 음수림은 천이(Succession)의 단계에 극상을 이루는데, 천이의 처음 단계는 토양, 수분, 양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관목림 이후는 양수림과 혼합림, 음수림으로 변하는데 빛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수림은 음수림에 비해 초기 생육이 잘되고, 강한 빛에서는 광합성 속도가 더 빠르지만 약한 빛에서는 양수림보다 음수림의 광합성 속도가 훨씬 더 빨라 음수림에 의해 천이의 맨 마지막 안정상태인 극상에 도달한다. 이런 극상림은 변화가 매우 작으며 그 속도 또한 느리지만 하나 하나의 나무에는 수명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세대교체가 진행중이다.

이런 참나무를 먹이식물로 하는 애벌레도 가장 많다. 장미과를 먹고 사는 애벌레도 많지만 참나무과와는 비교가 안된다. 잎말이나방부터 독나방, 밤나방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가 없다.

2023년 7월 2일, 천안에 있는 성거산을 찾았다.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남하해 성거산, 태조산, 광덕산을 지나 예산의 가야산을 넘어 태안반도의 안흥진에 이르는 295㎞의 줄기를 금북정맥이라 하는데 금강의 서북쪽을 지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거산은 579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이곳의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시기가 맞아서 그런지 제법 많은 애벌레를 만난 것같다.
 

참나무류 잎을 두장 붙인 흔적이 보여 살며시 열어보니 깜짝 놀라는 애벌레가 있다. 머리는 연한 주황색이고 몸은 녹색이다. 양 옆으로 검은 점이 있고 각 마디마다 또다른 작은 점들이 있다.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잎을 붙인 곳에는 어김없이 녀석들이 있다. 잎말이나방류 애벌레들은 튀어 오르거나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는데 이 녀석은 가만히 있다. 뿔나방과의 흰띠비늘뿔나방 애벌레다. 6~7월, 9월에 활동하는데 가을 무렵이면 아주 많이 발견된다.

2019년 8월 23일, 진안 마이산에서도 흰띠비늘뿔나방 애벌레를 만난 적이 있다. 헌데 녀석은 몸이 붉은 색이다. 노숙 유충이다. 장갑에 달라 붙어 있는 흰띠비늘뿔나방 애벌레 색상이 참 곱다는 느낌이다. 꽤 시간이 지나 이곳 천안에서 녀석을 다시 만나니 반갑다. 역시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는데 7월, 이듬해 3월 우화한다.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2016년 5월 1일, 경남 함양의 영원사에서 흰띠비늘뿔나방을 만났다. 12~15㎜ 정도 크기로 아주 작다. 앞날개 1/3 부근에 있는 경사진 흰 띠무늬는 후연쪽으로 갈수록 폭이 약간 넓어지고, 전연 2/3 부근에는 검은 점무늬를 둘러싼 흰무늬가 있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린다. 애벌레 보러 가는것도 쉽지 않다. 엊그제 은점박쥐나방을 우연히 만났다. 박쥐나방과의 나방은 우리나라에 2~3종 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 어른벌레가 있으면 분명 애벌레도 있을텐데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먹구름사이로 햇살이 살짝만 보이면 열심히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