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엔 금빛무늬 선명·더듬이 깃털…이름도 ‘멋진’ 넌 어디서 왔니?
2015년 5월 담양 추월산서 애벌레와 첫 만남
도감 찾아 ‘털겨울가지나방 애벌레’라 명명
2023년 잘못 동정해 이름 붙인 사실 깨달아
달맞이꽃·미국쑥부쟁이 등 근생옆 먹고 살아
세로로 붙어 잎 섭취…방해시 ‘땅으로’ 뚝
애벌레, 머리 연갈색·가슴·배엔 노란색 줄
나방, 배쪽에 긴털…암컷, 퇴화로 날개 없어

나방이나 애벌레들은 종류도 많지만 너무 비슷 비슷해 헷갈리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이곳 저곳 다니며 관찰한 녀석들의 이름표를 붙이는 일은 찾아 내는 것보다도 더 힘이 든다. 원래부터 곤충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진을 확대해 놓고, 도감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는 귀찮은 일이지만 매번 자문을 구해 확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사진으로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소개한 나방들도 잘못 동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해량을 감히 부탁드려 본다.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견양동)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견양동)

2015년 5월 17일, 담양 추월산의 견양동 계곡으로 애벌레를 찾아 나섰다. 무등산 용추계곡과 더불어 여러가지 애벌레들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으로 자주 찾는 계곡이기도 하다. 불두화(佛頭花) 꽃에 웬 애벌레가 보인다. 꽃잎을 먹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참을 이리 저리 다닌다. 머리는 연갈색 바탕에 검은 점들이 있고, 가슴과 배 윗면에는 회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있으며, 가슴부터 꼬리까지 옆쪽에 굵은 노란색 띠가 있고 숨구멍이 검게 보인다. 주변을 다시 살피다 또 한 녀석을 만났다. 녀석은 종령에 가까운 듯 회색이 진해 진 것같다. 족두리풀 줄기를 타고 내려 오고 있는 중이다. 무슨 애벌레인지도 궁금하지만 먹이식물도 헷갈린다. 초본과 목본을 다 먹는 애벌레도 많다.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집에 돌아와 도감을 펴 놓고 녀석과 비슷한 애벌레를 찾는다. 내 눈에 확 들어 온 녀석이 있다. 털겨울가지나방 애벌레와 너무 닮았다. 유충시기도 비슷하다. 먹이식물이 개암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 등인데 지나가던 녀석이겠지 하며 털겨울가지나방 애벌레로 이름표를 붙여 주었다. 이렇게 녀석은 아주 오랫동안 털겨울가지나방으로 있었던 것이다.

2023년 3월 16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숲해설가 지인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이 날아왔다. 날개에 금빛 무늬가 선명하고 활짝 편 더듬이의 깃털이 환상적인 나방이다. 녀석을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몇장의 사진을 더 보내주시라 부탁한다. 열심히 도감을 뒤져 찾아보니 금빛겨울가지나방 수컷이다. 같이 근무하시는 분이 지난해 5월 애벌레를 데려와 키웠는데 드디어 우화했다는 것이다. 직접 녀석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앞날개에 금빛 줄무늬가 사선으로 있고 배에는 긴 털이 선명하게 보인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하여 없다.

 

금빛겨울가지나방(2023년 3월 16일, 뱀사골)
금빛겨울가지나방(2023년 3월 16일, 뱀사골)

금빛겨울가지나방을 보면서 애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살피다 보니 분명 어디서 본 녀석이다. 자료를 뒤져 보니 털겨울가지나방 애벌레로 이름 붙여 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언듯보면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차이점이 보인다. 털겨울가지나방 애벌레는 배 끝에 작은 주황색 돌기가 한 쌍 있는데 금빛겨울가지나방은 없다. 머리도 다르다.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에는 노란 줄무늬가 없는데 털겨울가지나방에는 있다. 이런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 동정하여 이름을 붙여 둔 것이다.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름도 멋진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는 달맞이꽃, 미국쑥부쟁이 근생옆을 주로 먹고 사는데 먹이식물이 양지식물이므로 주로 나대지에서 보인다. 세로로 길게 붙어서 잎을 먹으며 조금만 방해를 받아도 땅으로 뚝 떨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독자 여러분께서도 한번 쯤 금빛겨울가지나방을 찾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금빛겨울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5월 17일, 추월산)
금빛겨울가지나방(2023년 3월 15일, 뱀사골)
금빛겨울가지나방(2023년 3월 15일, 뱀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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