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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33] 붉은무늬갈색애나방
 

낙엽이 지는 참나무 6형제 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둥글고 잎 모양이 굴참나무와 비슷하며 이듬해 10월에 익는다. 옛날에 흉년에는 사람의 구황식량으로 사용했고, 지금은 도토리묵을 만들어 별미 음식으로 먹고 있다. 가을이면 다람쥐, 청설모,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고 있는데 요즘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야생동물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같다.

상수리나무는 비옥한 땅을 좋아해서 마을주변이나 낮은 산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재질이 무척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다른 참나무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목재로 사용했다. 묵을 만들때에도 가장 많이 이용하였고, 술의 향기와 맛에 영향을 미치는 모락톤이라는 성분의 함량이 높아 국산 참나무 가운데 술통으로 가장 좋다고 한다. 아주 비슷한 굴참나무와는 잎가장자리 톱니가 엽록소가 없는 갈색, 2년지 가지에 열매가 달리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상수리나무의 잎 뒷면이 연한 녹색으로 털이 없는 반면 굴참나무는 잎 뒷면이 회백색의 성상모가 밀생하고 수피에 두꺼운 코르크가 발달한다.

인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참나무류의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들은 정말 많다. 그래서 애벌레를 관찰하러 나설때는 참나무류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곳을 선호한다. 최근들어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참나무류는 내화성이 있어 산불에도 강하다. 숲의 천이단계에 있어 최상위인 극상림은 주로 활엽수들로 구성되는데 참나무류를 빼 놓을수는 없다. 멀쩡한 참나무숲을 베어 내고 송이버섯 먹겠다는 욕심으로 소나무를 심어 놓으니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일 수밖에 없다.

2016년 9월 10일, 내 고향인 광산구의 용진산을 찾았다. 왕동 저수지 부근은 오래 전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었는데 많이 회복되었다. 석봉을 지나 토봉으로 가는 길, 상수리나무가 줄지어 있다. 잎 주위에 듬성듬성 그러나 엉성하게 실을 치고 그 속에서 잎맥을 남기고 잎살만 맛나게 먹고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살짝 건드리니 몸을 구부리며 저항한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연두색이며, 등을 따라 검붉은 점들이 선처럼 이어진다. 나뭇잎과 비슷한 색상이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붉은무늬갈색애나방 애벌레다. 8월부터 9월에 걸쳐 관찰되는데, 유충길이는 22㎜ 정도 된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 위에 길이 8㎜ 정도의 고치를 만드는데 완성된 고치는 우윳빛에 갈색 무늬가 있고, 안테나 같은 돌기가 양 옆과 앞뒤에 있다. 약간 긴 타원형 잠수정 같이 생겼다 하는데 필자도 고치는 아직 관찰하지 못했다. 번데기가 되어 4일후 우화하는데 번데기 기간이 매우 짧다.

2012년 7월 12일, 밤새 지리산제일문을 오르내리며 그곳의 나방들을 관찰했는데 멀리 함양골에 연무가 차오르며 동이 트려 한다. 꽤 많은 나방들을 본 것 같다. 그중에서 붉은색과 노란색이 잘 어우러져 있는 멋진 나방이 떠오른다. 머리 부분은 노랗고 등쪽에 붉은색 무늬가 요란하다. 붉은무늬갈색애나방이다. 앞날개 후연각 무늬 경계가 크게 각이 지고, 전연에 닿아 있어 다갈색애나방과 구별할 수 있다. 2018년 9월 6일, 함평자연생태공원에서 붉은무늬갈색애나방을 다시 만났다. 밤에 등불을 보고 날아온 것이다. 낮엔 어디에서 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5월 중순인데 벌써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다. 숲은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애벌레 찾으러 가는 길이 험하기만 하다. 자전거 타다 넘어져 오른쪽 어깨 인대를 다쳐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애벌레들이 많이 보일 때인데 너무 아쉽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