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잊지말아요” 날개에 점 ‘2개’ 콕 찍은

줄기·뿌리 견고한 한해살이 풀 ‘명아주’
명아주 먹고 자라는 두점애기비단나방
최근 초령~종령애벌레 무리 발견 ‘행운’
연둣빛서 몸통따라 황갈색 줄무늬 장착
6~10월 어린잎 여러장에 텐트 치고 서식
다른 나방과 달리 낮에 활발한 활동력 가져

나무도 아니고 여러해살이 풀도 아닌 한해살이 풀인데도 불구하고 줄기와 뿌리가 상당히 견고한 식물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명아주다. 속씨 식물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분포지역이 넓은 다섯가지 식물이 있다. 마디풀과의 마디풀, 석죽과의 별꽃, 십자화과의 냉이, 새포화풀 그리고 명아주다.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는 명아주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다 자란 명아주를 뿌리채 뽑아 다듬어 몇 시간을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잘 말려 사포질과 기름먹이기와 옻칠 등 가공해 주면 가볍고 아주 단단한 지팡이가 된다. 특히 푸른빛이 나는 지팡이를 청려장(靑藜杖)이라 하여 예로부터 70이 넘으면 나라에서 직접 하사하는 물건으로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늘날도 명아주로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지자체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명아주를 먹고 사는 애벌레가 궁금했다.

2023년 6월 20일, 영인면에 있는 근무지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명아주가 많이 보인다. 분명 명아주 잎을 먹는 애벌레가 있을 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잎이 말려 있는게 보인다. 밑에는 배설물도 수북히 쌓여있다. 살짝 열어보니 엉성하게 실을 뽑아 잎을 붙이고 열심히 먹고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한 마리가 아니다. 아주 어린 녀석부터 중간크기 그리고 종령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분주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여러마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으니 초령부터 종령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명아주를 먹고 사는 애벌레를 진즉부터 찾아보고 싶었으나 너무 흔하다 보니 지나치고 말았는데 멀리 가지도 않고 근무하면서 바로 관찰할 수 있어 복 받은 거다.
 

명아주(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명아주(2023년 6월 20일, 영인면)

초령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연둣빛 애벌레이지만 종령이 되면 몸통을 따라 황갈색 줄무늬가 길게 있으며, 옅은 무늬가 희미하게 있다.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다. 6월~10월이면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가지 끝의 어린잎을 여러 장 실로 엮어 텐트처럼 치고 여러 마리가 모여 산다. 처음엔 종령 한 마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네 마리가 있다. 이 집안에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10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두점애기비단나방은 애기비단나방과(Scythrididae)에 속하는 나방인데 우리나라에는 두점애기비단나방과 노랑점애기비단나방 2종이 알려져 있다. 어른벌레는 대부분 낮에 활동하고 등불에 가끔 찾아 온다. 날개편 길이는 10~14㎜ 정도로 나방무리에서는 작은편에 속한다. 앉아 있을 때 앞날개로 배를 완전히 덮는다. 원뿔나방과(Oecophoridae)와 비슷하나 앞뒤 날개맥수가 달라 구별된다. 애기비단나방과는 앞날개맥수가 11, 뒷날개에는 7~8인데, 원뿔나방과는 앞날개 13, 뒷날개 9~10개의 날개맥이 있다.

두점애기비단나방 어른벌레를 만난 것은 오래전이다.

2013년 7월 14일, 담양의 병풍산 임도에서다. 대부분의 나방들이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두점애기비단나방은 낮에 활동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개망초 꽃에 앉아 있었다. 날개에 점이 2개 있어서 그런지 이름에 두점이 들어가 있다. 일단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두점을 떠올리면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샷을 날리니 살짝 날아가 풀잎에 다시 앉는다. 멀리 도망가지 않은 녀석이 제일 멋진 나방들이다. 아무리 멋있는 나방도 앵글에 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나방을 관찰하면서 한번도 포충망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지만 녀석들을 잡아서 기록하기가 싫어서다.

이곳 아산으로 옮겨 온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아직도 많이 낯설지만 애벌레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형과 환경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거의 낮은 산들이 많고 골이 깊지 않아서 그런지 허탕치기 일쑤다. 그래도 근무중에 평소 만나고 싶었던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장마가 시작되면 어려워지겠지만 또 다른 녀석들을 찾아 나서보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 애벌레(2023년 6월 20일, 영인면)
두점애기비단나방(2013년 7월 14일, 병풍산 임도)
두점애기비단나방(2013년 7월 14일, 병풍산 임도)
두점애기비단나방(2013년 7월 14일, 병풍산 임도)
두점애기비단나방(2013년 7월 14일, 병풍산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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