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솔잎 얼마나 맛있는걸까? 셔터 눌러도 미동없이 ‘먹방’ 모드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흔한 소나무
재선충 예방 위해 무더기 농약 살포
산림생태계·국민 건강 위협 할 수도

솔박가시 애벌레, 갈색·녹색·검은줄
7~9월 사이 솔잎 먹고 번데기로 변신
나방, 앞날개에 짧고 굵은 줄무늬 선명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더라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다.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솔향 가득한 숲은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힘든 산행길에서도 연한 솔잎하나 잎에 물면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든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함께 넣었고, 송홧가루로 만든 전통과자는 맛과 멋스러움이 넘쳐난다. 하지만 지금의 송홧가루는 호흡기 질환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또한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으로 인해 온통 농약으로 아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들을 보면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휴양림을 자주 찾는다. 그런 휴양림들은 잘 관리돼 있고 소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소나무들을 잘 살펴보면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2년마다 구멍을 뚫고 약제를 주입하기 때문이다. 재선충을 핑계로 싹쓸이 벌목하며 벌목상과 펠릿 업자들, 그리고 육묘상, 조림업자들만 이득을 본다.

또한 전국에 살포하는 막대한 양의 농약 덕에 농약상들 역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덕분에 전 국토가 오염되고 산림생태계와 국민건강이 위태롭다. 소나무잎과 송홧가루, 그리고 가지 등에 잔류 농약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친환경 백신이 개발되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친환경 백신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난 증거가 넘쳐나도 산림청은 모르쇠다. 산림청에 연관된 업자들만 배 불리며 재선충은 전국적으로 더 확산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소나무(2023년 2월 27일, 용봉산)
소나무(2023년 2월 27일, 용봉산)

요즘 어디를 가봐도 애벌레 보기가 정말 어렵다. 벌과 나비 등도 마찬가지다. 과수농가에서 뿌려대는 농약들, 그리고 산림에 대량으로 살포되는 방제액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기후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심각한 위기가 온 것일 게다.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솔박각시 애벌레(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우리 주변 어디에도 흔한 소나무 잎을 먹고 사는 녀석들은 누구일까? 항상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나 잣나무는 2년에 한번씩 잎사귀를 떨군다. 연한 새순이 돋우면 보이는 녀석이 있다. 솔박각시 애벌레다.

2016년 9월 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에서 솔박각시 애벌레를 만났다. 윗면 한 가운데에 갈색 줄이 선명하고 그 양쪽으로 녹색 줄이 있으며, 그 줄들에는 검은 세로 줄이 있다. 소나무잎과 비슷한 색상으로 대충 보면 모르고 지나칠 듯 하다. 여느 박각시 애벌레처럼 긴 꼬리돌기가 눈에 확 들어 온다. 유충시기는 7월인데 녀석은 조금 늦은 9월에 관찰되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어린 잎을 먹어 치운다. 먹는 속도가 상당하다. 7월에서 9월 사이에 역시 소나무 잎을 먹고 사는 솔버짐나방 애벌레도 있는데 아직 관찰하지 못했다. 올핸 꼭 찾아 볼 생각이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약 23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2023년 6월 3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데 집 현관 앞에 웬 나방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얼핏 보니 박각시 종류다. 일단 앵글에 담는다. 살짝 건드려도 꼼짝 안한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올려서 밖에 있는 소나무에 올려 놓고 집에 들어와 도감을 펼친다. 솔박각시 비슷한데 뭔가 조금 다른 것 같다. 확신이 서질 않아 다초리 김상수 저자한테 물어 보니 붉은솔박각시라 알려준다.

아직 솔박각시는 본 적이 없어 허운홍 선생께 부탁해 사진을 받아 비교해 본다. 앞날개 제2, 3실에 짧고 굵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는 솔박각시, 이와 비슷하지만 붉은빛이 조금 강하게 나서 붉은솔박각시로 구분하나 보다. 붉은솔박각시가 관찰되는걸로 보아 분명 애벌레도 주변에 있을 것이다. 붉은솔박각시 애벌레는 허운홍 선생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하신다. 주변의 소나무를 면밀히 살펴 꼭 찾아 녀석의 생태를 알아봐야겠다 다짐해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나무 중의 나무로 여겼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고 소나무로 집을 짓고, 소나무로 땔감을 마련하고, 소나무로 음식을 만들고, 죽은 후에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혔다. 홍성 용봉산에는 100년 넘게 옆으로 살아가는 소나무도 있다. 자연 그대로의 소나무 숲에서 마음껏 숨쉴 날을 고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붉은솔박각시나방(2023년 6월 3일,  배미동)
붉은솔박각시나방(2023년 6월 3일, 배미동)
솔박각시나방(2008년 8월 13일)
솔박각시나방(2008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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