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정치라는 태풍이 한바탕 지나가고 이제 많은 부유물이 가라앉았다. 돌이켜보면 청년정치는 대선과 지방선거 전후로 2년 넘게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였다. 양대 선거를 기점으로 모든 정당이 청년정치인 양성을 말하고, 청년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과 정책을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각 정당의 대표 청년정치인도 나타났다. 국민의힘에는 이준석과 장예찬, 민주당에는 박지현과 김남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출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파격이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이었기에 그 파장은 컸다. 이준석의 반페미니즘(여성가족부 폐지 등)에 대응하며 민주당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린 박지현을 대선캠프에 영입한다. 이준석은 이대남을, 박지현은 이대녀를 선거의 한복판으로 유입시켰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시기 양 진영의 대결이 20, 30대 청년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이후 이준석과 박지현은 빠르게 추락한다. 그 양상은 달랐으나 추락의 결정적인 이유는 비슷했다. 친윤, 친이 같은 당 주류와 대립하지 말라는 것.

이준석과 박지현의 공백을 메운 것은 장예찬과 김남국이었다. 이 둘은 서로를 향해 자극적인 언사를 내뱄기도 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서로를 무시하며 맞서는 듯 보였으나 철저하게 당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고 따랐다는 점에서 뚜렷한 공통점을 갖는다. 장예찬은 친윤수호, 김남국은 친이수호를 정치적 본령으로 삼아 행동했다. 이 때문인지 청년 의제를 놓고 대변하거나 대립하는 역할과 비중은 거의 없었다. 최근 김남국 사건으로 그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고, 이제 장예찬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장예찬은 대통령인수위원회 청년소통TF 단장이라는 전력을 가지고 윤석열 정권의 시작과 함께 청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다. 청년재단은 2015년 청년지원을 목적으로 국민과 기업, 금융사 등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1천400억 원 규모의 펀드로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청년을 대표하는 공익법인의 이사장임에도 그는 많은 방송에 출연, 각종 정쟁에 대해서 정권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또한 청년재단 이사장직에 있으면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해 친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현재 그는 청년재단 이사장직과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이런 그의 행보를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고군분투로 평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변단체의 다른 버전인 관변청년이란 말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이제 미뤄둔 질문이 떠오른다. 청년정치는 실패했는가?

최근 김남국 사건을 기점으로 청년정치는 실패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아졌다. 청년 중 상당수가 청년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럼 청년정치는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40대 기수론’부터 ‘젊은 피 수혈’까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는 청년정치인의 영입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선거는 돌아올 것이고 휘발성이 높은 ‘청년’이라는 이름과 청년 가산점이 필요한 정치인은 계속 유입되기 마련이다. 이제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곧 다른 얼굴의 청년정치인이 등장할 것이다.

이 차이 없는 반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년정치에 대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청년정치가 그동안 “청년인 정치인의 정치”로 만족했다면, 이제 “청년의 삶이 중심인 청년의 정치”가 필요하다. 실제 청년정치는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시작한 것 아니었는가. 자산격차가 교육격차로, 교육격차가 일자리 격차와 소득격차로, 그리고 다시 자산 격차로 돌아오는 고질적인 불평등은 청년 문제의 중심에 위치한다. 청년정치는 이 악순환을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한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역설적이게 청년정치가 청년 그 이상을, 곧 청년을 넘어선 정치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 개혁의 전망이 청년정치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청년정치는 어쩌면 청년보다 ‘정치’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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