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장기 집권 중인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총리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당에 허수아비 후보(Dummy Candidate)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주요 야당이 권위주의적 통치를 반대하며 선거 불참을 선언하자 내려진 꼼수이다. ‘반대 없는 승리를 막자’라는 게 하시나 총리가 밝힌 이유이다. 민주적 선택이라는 착시효과를 위해 허수아비 후보를 동원하는 방글라데시와 다르게, 인도에서는 허수아비 후보가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동원된다. 허수아비 후보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선거지원금을 진짜 후보의 선거 비용으로 몰아주기 위해 등록한다. 진짜 후보는 자신의 선거 비용을 허수아비 후보 이름으로 신고하고 선거지원금을 착복한다. 당선이 목적이 아닌, 선거 전략적 차원에서 급조된 가짜 후보, 즉 허수아비 후보는 선거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선거 조작의 사례이다.

현재 한국에서 다시 쟁점이 된 위성정당 문제는 본질적으로 허수아비 후보 사례와 다르지 않다. 사법부의 방조 하에 선거법을 무력화하고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며,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짜 화폐를 위성화폐라고 부르지 않으며 위조화폐의 사용을 각자 판단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 문제를 가치판단이 배제된 행성과 위성의 관계로 치환한 위성정당이란 용어는 사태를 왜곡한다. 가짜정당 또는 허수아비 정당이 더 적확하다.

허수아비 정당을 만들어 현행 선거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는 속임수를 다시 재연하려는 지금의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의힘보다 더 위선적이다. 현행 선거법을 통과시킨 정당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과시킨 선거법을 전면 부정하는 허수아비 정당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적극적 악용이다.

현행 선거법을 지키고 허수아비 정당을 방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약속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전당대회와 의원총회에서 통과시킨 결의였으며, 김동연 현 경기지사와 합당할 때 협약사항이었다. 이를 선거에 직면해 ‘승리와 패배’라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지지자에 대한 협박에 가깝다. 해법은 단순하다. 민주당이 실효성 있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될 일이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이 그리할까?

뉴욕타임즈 기사 ‘가짜정당과 복제된 후보자들 Fake Parties and Cloned Candidates’(2021.9.20)은 러시아가 명목상 다당제를 유지하면서 푸틴의 통치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거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상대 후보와 같은 이름의 허수아비 후보를 여러 명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야당 후보의 이름이 톨스토이라면, 톨스토이로 개명한 여러 명을 등록시켜 상대 후보의 득표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가짜 톨스토이는 진짜 톨스토이의 얼굴, 복장까지도 닮게 분장해 선거운동을 한다. 다음은 한국처럼 허수아비 정당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선거에는 야당으로 참여하지만 선출된 후에는 푸틴이 속한 통합러시아당의 분신 노릇을 하며 의회를 장악 한다. 마지막으로 무소속 후보 등록을 차단한다. 정당이 왜곡되어 있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후보가 생기자, 후보 등록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각종 선거 규정을 만든다. 이렇게 차단된 무소속 후보가 2021년에 174명 중 163명이라고 한다.

사실 민주당과 그 진영은 이번에도 허수아비 정당을 방조 또는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세력이 민주당이기 때문이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와 강성지지층이 위성정당을 정당화해줄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반복할 것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러시아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듯하다. 허수아비 정당도 만들고 허수아비 후보도 내세워, 한동훈 장관의 선거구에 여러 명의 ‘한동훈’을 등록시켜보는 것도 선택해 볼 만하다. 지금 민주당의 논리대로 한다면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그 결과는 달콤하지 않겠는가. 반복된 위선보단 새로운 위악이 더 신선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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