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윤종채 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사람은 계속되지만 가산을 탕진하면서 여러 번 출마해도 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너도나도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 이유는 그들만이 누리는 특권이 무려 186개(‘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발표)나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 국회의원의 권한과 권력은 막강하다. 헌법에 보장된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차치하더라도 국회의원은 분수가 넘치는 특권들이 있다.

먼저 연봉(세비)이다.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 기준’에 따르면 2023년 의원 연봉은 1억5천426여만 원이다. 일반 수당과 급식비, 정근수당, 명절 휴가비, 입법활동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천285만 원꼴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3만2천661달러, 420만 원) 대비 3.7배다. 미국·영국·일본의 의원 보수가 국민소득 대비 약 2.5배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 의원들의 보수가 높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한국 국회의원 월급이 액면가로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지만 국민소득 대비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입신양명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니 정치가 부패·타락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보수를 근로자 월 평균 임금(400여만 원) 정도로 낮춰 국가를 위해 봉사할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아무리 많아도 평균 임금의 두 배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연봉과 별도로 의원실 지원 경비로 평균 1억여 원가량 추가로 받는다. 사무실 운영비, 업무추진비, 의원 차량 유류비, 출장비, 입법자료 발송비, 정책 개발비 등이 포함된다. 의원들은 또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유급 인턴 1명 등 모두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보좌진 총급여는 5억2천여만 원으로, 예전에는 자기 친·인척에 부인·자녀까지 비서진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후려쳤다고 한다. 결국 의원 1명에게 연간 7억 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지출되고 있다. 중소기업 하나를 비용 없이 4년 동안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국회의원은 공무원이나 회사원처럼 정시 출·퇴근이 없다. 일하지 않아도, 국회에 불출석해도, 교도소에 가도 월급은 따박따박 통장에 찍힌다.

국회의원의 연봉이 높아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전혀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생각이다. 더욱이 국회는 정부의 모든 기관 중 거의 꼴찌 수준의 신뢰도를 매년 기록하고 있느니 이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할 수만 있으면 똑똑한 인공지능(AI) 가상인간으로 국회의원을 모두 바꾸자는 사람들까지 있을까.

최근에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 4월 발족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에 저항하며 국민 참여로 대대적인 지도층 특권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특권폐지운동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만큼 이제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수많은 특권을 축소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제 손으로 만든 셀프 특권이기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억대 연봉, 각종 수당과 지원금, 보좌관과 사무실 제공, 교통편의 등 일상의 특별 혜택을 자발적으로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스스로 혁신적 개혁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낙천·낙선 운동의 위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총선시민연대가 찍은 86명의 대상자 중 59명이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지금부터 내년 4월 제22대 총선 입지자들과 재선, 삼선 등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을 깨어있는 국민들이 압박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있는 소속 정당에서 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국민들이 나서 그들에게서 특권을 폐지하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특권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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