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정치부장·국장대우)

 

김명식 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대우
김명식 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대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악재의 연속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무소속) 코인 투자 논란 등이 이어지며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민심도 심상치 않다.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에서도 외면이 느껴진다.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을 놓고 친명·비명 계파 갈등마저 증폭 양상이다.

지역민들로선 착잡하다. 광주·전남은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 해온 정치적 공동체다.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지는 경우를 제외하곤 역대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내년 총선 역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민주당 후보 당선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계에서 ‘국회의원은 당선과 함께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중국 왕은 즉위와 함께 무덤을 만든다’는 속설이 있다. 국회의원은 계속해서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자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중국 왕은 사후에도 권세를 행사하고자 거대한 무덤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현역 의원 중 몇 명이 살아남을까. 역대 총선을 볼때 상당수 의원이 새 얼굴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광주·전남의 총선 물갈이 폭은 16대 61%, 17대 66%, 18대 52%, 19대 35%에 달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는 18명의 지역구 의원 중 광주 7명에 전남 8명을 더해 15명, 비율로는 83%가 새 얼굴로 교체됐다.

총선 때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물갈이에 대해 유권자 과반이 찬성했었고 이는 실제 투표로도 이어져 큰 폭의 물갈이는 매번 현실화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현역 교체’ 여론이 60%에 이른다. 지난 6월 서울경제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현 지역구 국회의원 교체 의향’ 질문에 호남은 58.5%가 교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자업자득이다. 의원들이 중앙정치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지역의 지지를 기반삼아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이끌 인물로 성장하길 기대했지만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원들로선 ‘의정 대상’을 받고, 예산을 많이 따오고, 지역발전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고 항변하겠지만 지역민의 체감은 다르다.

그러기에 더욱 공천에 목멜 수 밖에 없다. 현역 교체론이 크더라도 정치 지형상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은 눈 앞이다. 공천권은 사실상 당 지도부가 쥐고 있다. 얼마전 확정된 공천룰 등을 보면 당원과 국민이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역의원 평가, 공천자격 심의, 경선 대상 선정 등 후보 선출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지도부의 영향력은 얼마든지 작용 가능하다.

다시 한번 공천을 받으려는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건 쉽지 않다. 자칫 소신있는 행동과 발언으로 눈밖에 나면 공천이 날아갈 수도 있다. 용기가 필요하다. 엊그제 민주당 의원총회가 단적인 예다. 20명의 의원이 혁신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발언자 중 19명은 비명계 의원이었고, 친명계는 1명이었다. ‘난장’으로 표현될 만큼 많은 의원들이 혁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광주·전남 의원은 단 한 명도 발언대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지역구 의원 17명(광주 7·전남 10명)이다. 남도일보 8월 14일자 보도(3면)처럼 반대 의견을 가진 의원도 다수다. 왜 그랬을까. 공천을 의식해 침묵한 것으로 읽혀진다. 현 지도부가 구성한 혁신위에서 만들어낸 혁신안을 대놓고 비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침묵은 금이다’는 소신으로 가만 있었을 수 있다. 사정상 회의에 참석 못해 발언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 사안에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건 실망스럽다. 언론에는 익명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공개석상에선 침묵한 건 눈치보기다.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행동은 민주당의 건강성을 해치고, 지역민들의 정치적 여망도 멀어지게 할 뿐이다. 존재감은 둘째고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올드보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늘(18일)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DJ를 추모하며 정신 계승을 외칠 것이다. DJ는 온갖 역경에도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었다. 죽음 앞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결국 DJ는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 대통령에 당선되며 지역민의 정치적 여망에 보답했다. DJ가 환생한다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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