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유가상승·고환율 등 전력 구입단가 오를 듯
매년 쌓이는 ‘한전 적자’…갈수록 커져 돌파구 없나
올해 2분기 2조원대 또 적자...누적 적자 47조 넘어
총부채 200조 넘어서 국내상장사 가운데 최고 수준
지난 5~6월 역마진 해소 불구 국제유가 다시 급등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전 본사 모습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전 본사 모습

전기요금이 겨울을 앞둔 4분기(10~12월)시기에는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 마진율이 추락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년 쌓이는 한전 적자 문제도 전기요금 인상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서, 3분기는(7~9월) 국민부담을 고려해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상승곡선을 꾸준히 그려 전기요금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기요금은 꾸준히 오르고 인상폭도 상당히 커 국민부담이 가중된 상황에, 내년 총선까지 예정돼 있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그리 수월치 않을 것이란 일부 분석도 흘러 나온다.

◇ 전기료 인상 분위기 점점 현실화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지난달 전력 도매가격은 국제에너지가격 급등으로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소 평균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45.61원이다. 이는 올해 전력 도매시장 가격이 가장 낮았던 지난 5월(㎾h당 118원)에 비해 약 23.4% 오른 수치다. 지난달 평균 정산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5.2% 상승했다. 문제는, 전력거래소에서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가 높아질수록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오르고, 이는 한전의 전력 판매 마진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한전의 누적 적자 폭에 영향을 미치고, 전기요금은 인상돼 국민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전은 5~6월 두 달 연속으로 판매가가 구입가를 역전해 그간의 역마진 구조를 조금이나마 해소 했지만, 수십조에 이르는 누적적자를 만회하긴 역부족이다. 관련업계는 하반기 전력 도매가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전의 적자 해소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하반기 국제유가 상승분위기와 함께 고환율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전력 도매가는 더욱 출렁일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상승은 발전사의 발전 비용을 늘려 한전이 구매하는 도매원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상반기 배럴당 60~7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80달러선을 넘어섰고,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국제유가상승분은 일반적으로 3~6개월 이후 국내전력시장에 반영돼 4분기 시점 부턴 전기료 인상 분위기가 점점 현실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총부채 200조 넘어서
하반기 전력 도매가 상승분위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수십조에 달한 한전 적자 해결을 위해 단계적인 전기료 상승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한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적자는 2조 2천724억원이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15조 5천억원) 대비 26% 증가한 19조 6천225억원·단기순손실은 1조 9천4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판매수익 등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늘었지만, 2분기 연료비·구입전력비 등 영업비용(21조 8천959억원)이 매출액보다 많아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간 쌓인 누적 적자는 47조원에 이르게 됐다. 누적적자에 따른 총 부채도 눈덩이 처럼 불었다. 현재 2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겼다. 이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부채 수준이다.

한전은 지독한 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부터 재정 정상화를 하겠다며 주요 건물 매각과 임직원들 임금 반납을 포함한 26조 규모의 자구책을 지난 5월 발표했지만, 진행상황은 지지부진하다. 한전 소유 각종 부동산 경우, 여전히 임대 공고 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3급 이상 고위 임직원 등의 임금 반납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내부에선 올해 연말이나 진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 될지는 이지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카드로 급한 불은 껐지만, 한전측이 뼈를 깎는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적자문제 해결에 나서 필요가 있다”며 “한전의 자구노력과는 별개로 단계적인 전기료 상승은 불가피한 만큼, 국민적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고 지적했다.

◇ 지독한 적자 재무구조 타개책 전무(?)
한전이 지독한 적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 또는 국제 연료비 하락 요인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한 가지 요인이라도 꾸준히 지속되면 한전 경영 정상화는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충족되면 안정화된 재무구조를 좀 더 빨리 이뤄내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요동치는 국제 유가도 문제지만, 수십조에 달하는 적자 규모가 단시간에 정상화 되기란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통한 한전 누적적자 해소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이 올라 국민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물가 등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까지 고려해 추가 인상은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당초, 관련업계는 올해 전력시장서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면 한전이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 않아도 내년부터 본격적 수익을 내기 시작해 누적 적자폭을 점차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제기 됐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무게를 싣는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적자 문제를 근근이 버터내고 있지만, 이마저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한전공사법에 따르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천200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난달말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천억원으로 올해 한전이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낸다면 내년 결산 이후 한전채 발행 한도는 확 줄어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 마진율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전채 발행도 한계점에 이르고, 여러모로 정부와 한전은 내년 총선 시점까지 전력 및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두고 곤란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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