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남도일보 선임기자)

 

김용석 남도일보 선임기자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전단보강근) 누락은 결국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무량판 구조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국토교통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발표했다.

철근이 빠진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모두 무량판 구조였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라는 비아냥마저 듣게 됐다.

무량판 구조는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가 없는 탓에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에 전단보강근을 설치해야 하지만 필요한 만큼 철근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철근을 빼먹은 15개 단지 가운데 7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아예 누락하거나 계산을 잘못했다. 양주회천단지는 구조계산을 아예 누락해 154개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606세대를 건설하고 있는 광주 선운2지구 A2 임대아파트는 112개 기둥 중 무려 42개 기둥에 철근이 들어가지 않았다. 효성중공업이 시공을 맡아 진행 중이며, 오는 2025년 4월 입주 예정이다. LH는 2억5천700만 원을 들여 슬래브 보완작업을 지난 20일까지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가 낮은 현장 근로자들이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철근을 설치해 보강 철근이 누락되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무량판 구조만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설계 회사는 구조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태반인 공사 현장에서 시공의 질적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 본질적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부실 설계·시공·감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민간이 발주한 아파트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런 외중에 예상치도 못한 LH의 무량판 단지 보고 누락 사태가 벌어졌다. LH는 전국 101개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20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했다고 정정 발표했다. 앞서 발표한 15개 단지에서 5개 단지가 늘어난 20개 단지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후 LH 전관업체의 이권 카르텔로 문제의 초점이 바뀌었다. LH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강제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LH는 전관업체와의 용역 계약을 모두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부실공사 문제의 책임 소재가 시공사에서 설계사, 감리사를 넘어 전관업체로 돌아가고 있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 293곳도 전수검사를 시행한다며 우선 시공사에게 검사 비용을 모두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건설업계에선 설계사, 감리사 등 여러 사업 주체들의 잘못이 얽혀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공사의 책임으로 몰아간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계 누락 문제가 훨씬 많은 상황이고, 시공사는 설계대로 지은 게 대부분이다. 안전진단비용을 시공사에 떠넘긴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인천 검단아파트와 LH 무량판 구조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발표에서 한결같이 설계와 시공, 감리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설계업체의 열악함과 전문성 부족, 공기와 이윤을 좇는 공사 현장의 부실한 운영, 느슨했던 감리 등 건설업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민낯이 드러난 만큼 차제에 후진적인 건설 관행을 타파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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