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쪽빛 하늘과 맞닿은 옥색 바다 ‘더없이 행복’
어업·축산업 주축…인구 4천명 작은 마을
코로나 전엔 세계적 관광지로 각광 받던 곳
한류·난류 만남…해양생물 서식 최적지
비·파도 영향으로 고래·돌고래 구경 불발
잘 정비된 바닷가 산책으로 아쉬움 달래
해안가 마오리족 가족 조각상 ‘눈길’ 끌어

 

 

카이코우라 일출

카이코우라는 핸머 스프링에서 130여㎞ 떨어진 지역으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승용차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관광지다. 이틀째 내리는 비는 이슬비보다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는 빗방울이다. 늦가을로 접어든 계절이라서 비를 맞으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지고 해가 나오면 급하게 올라서 패딩을 입고 벗기를 반복했다.

태평양에 인접하고 있는 카이코우라는 어업과 축산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인구 4천명 미만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코로나 전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 수가 어마어마 했지만 지금은 발길이 끊겨 도심을 걸어도 생기를 느끼기 어렵다.

도시 이름의 기원은 고대 마오리 탐험가 중 한사람이 이곳에서 바닷가재를 먹은 뒤 그 맛이 하도 좋아 “Kai(먹다) coura(크레이피시)!”라고 외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 일대는 바닷가재 어장으로 유명하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길을 한참 달리다 보면 바다로 길게 펼쳐진 만을 만날 수 있다. 이 지형적 특성이 카이코우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옛적 하늘과 땅의 경계만 있던 시절 젊은 신 마로쿠라는가 이 지역을 만드는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땅을 길쭉하게 만들어 카이코우라 반도를 만들고 이어 조금 작은 반도인 하우무리 곳을 만들었다 전해진다.

다음으로 두 반도 사이에 깊은 해구를 만들어 남쪽의 차가운 바다와 북쪽의 따뜻한 바다가 만나게 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상승해류를 형성해 이 일대는 해양 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게 되었다. 풍부한 해양 생물을 따라 고래와 돌고래가 이 지역으로 몰려오는 건 당연한 입지 조건의 결과이다.

이 곳은 마리오 인들에게 아직도 ‘마로쿠라의 선물’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수컷 몸길이가 약 20m이며 암컷은 12m인 향유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 ‘모비딕’을 읽으며 쿡선장과 사투를 벌인 고래를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큰 희망을 품고 이 곳에 도착했으나 비가 내린 바닷가 파도는 해안가 근처만 걸어도 무서울 정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이 곳을 찾는 이유는 고래 관찰과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인데 파도 때문에 배가 바다로 출항할 수 없어 포기했다. 그러나 약 10㎞에 달하는 바닷가 산책길은 오랜만에 체력을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비온 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옥색 바닷물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고 있었으며 만나는 현지인들의 따뜻한 인사가 큰 위로가 됐다.

해안가 들머리에서 만난 청년 둘은 봉고차 같은 차량을 개조해 캠핑카를 만들어 여행 중이었다. 이 곳 해안가 백사장은 모두 자갈밭이다. 거친 자갈이 아니라 신발을 벗고 걸어도 괜찮을 정도의 작은 돌로 바닷가 쪽으로 갈수록 알갱이가 더 작아지는 형태다. 물이 밀려오는 바닷가 쪽은 작은 자갈들이 굴러다녀 신발을 벗고 걸어도 전혀 토분이나 모래가 묻히지 않았다.

해안 길을 따라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있어 준비해간 간식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유럽인들이 최초로 이곳에 도착해 내렸던 항구는 쓰러져가는 목조다리를 보존한 채 당시 사진과 소개되고 있었지만 도시 어디에도 마오리족 문화를 보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는 볼 수 없었다.

역시 역사는 승자의 시각으로 쓰고 그것을 후세에 승자의 역사만을 전한다. 해안가에 목각으로 마오리족 3명의 가족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자세히 관찰하니 나무 그루터기가 아직 남아 있는 채로 땅속 깊이 박혀 있었다. 두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을 때 그대로 조각으로 만들었던 창의적 발상이 돋보였다. 해안을 걸으면 물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어떤 놈은 파도를 피해 해안가 바위 위에서 어떤 놈은 숲에서 쉬기도 한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에 홀로 앉아 쉬고 있는 물개를 보고 있자니 사악한 인간이 모든 생명체의 마지막 포식자로 우뚝 서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가축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다가옴을 느낄 때마다 지구가 종말로 달려가는 것 같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언덕을 오르는 소
휴식중인 바다사자
카이코우라 하늘
바닷가 산책
나무 그룻터기 조각
바닷가 산책
바닷가 산책
바다 사자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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