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연구개발계획서 검증 인력 사실상 전무
업체 거짓, 허위 작성 시 필터링 시스템 없어
전문성 결여 연구원 등록도 가능·대책 시급

 

㈜피티지가 국가과제 R&D가 허위로 ‘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는 자료 중 일부. /독자제공
㈜피티지가 국가과제 R&D가 허위로 ‘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는 자료 중 일부. /독자제공

최근 광주 지역 한 전기차 부품 생산 업체인 ㈜피티지가 국가과제 R&D 목적으로 배정된 혈세 수억원을 횡령했단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허술한 R&D 과제 업체 선정 시스템이 한몫했단 지적이 나온다.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 과제 R&D사업은 국가 중앙행정 기관 주도로 산업, 과학, 교육 등 각 부분에서 진행되는 데 주로 현장 수요조사를 통해 사업 항목들이 확정된다. 자동차 등 기술력이 집대성된 산업 현장이나 교수 등 전문가 집단 의견을 수렴한 뒤 특정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각 주제별로 R&D 사업 과제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국가 과제 R&D 사업 과제가 발표되면 과제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 및 산학 연구기관 등은‘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 해당 기관에 제출한다. R&D사업을 성실히 이행하겠단 서약서 같은 개념이다.

연구개발사업계획서엔 연구목적, 사업내용, 추진방법 , 사업효과 ,일정 ,인원 구성 및 인적사항(학력·경력 등), 각 연도별 연구개발비(현금, 현물) 등 내용이 담긴다.

연구개발사업계획서는 기관 내 평가위원회 검증을 받는다. 평가위원회엔 주로 해당 분야 교수나, 관련 업체 관계자, 기관 관계자 등 10여명 안팎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R&D사업 방향 및 목적,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두루 살펴본 후 운영 업체를 선정한다.

문제는 R&D 과제가 주로 이해당사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통해 확정되는 탓에 주도권도 목소리를 낸 쪽에서 갖는다는 점이다. R&D 과제 수요 조사 당시 목소리를 낸 업체들이 연구개발 운영 최종 업체에 선정되는데 유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과제에 대한 정보력이나 기술 이해도 측면에서 국가기관들보다 월등하게 높아서다. 국내엔 거의 활용된 적이 없는 생소한 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편법도 난무하고 있다.

R&D 연구개발계획서를 제출한 업체 등이 기술력에 대해 뻥튀기를 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위원회 위원들이라도 해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탓에 제출된 기술력을 검증할 능력이 없어서다.

실제 수억원대 R&D 예산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피티지도 특정 시기 제출된 국가 과제 R&D 연구개발계획서 상당부분이 해외 업체 기술을 인용했거나 베꼈단 의심을 받고 있다.

또 국가 R&D 과제 선정에 필요한 업무 일체를 불법대행업체에게 맡기는 행태는 이미 관련 업계에선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연구인력들도 정체불명인 경우 역시 비일비재 하다.

국가 R&D 과제 연구인력은 크게 연구책임자와 참여연구원으로 나누는 데 연구 책임자를 1명만 확정하면 나머지 참여연구원들은 전문성이 없더라도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연구원으로 누구나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가족이어도 사실상 제약이 없다.

국가 R&D 과제에 선정된 업체는 예산 중 약 40%까지 인건비로 책정 할 수 있다. 각종 비리에 악용하기 딱 좋은 구조다.

현재 운영되는 국가 R&D 연구개발 최종 목적이 기술의 100% 상용화가 아닌 말 그대로 연구개발을 통한 매우 제한적인 실적만 확보하면 되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국가 R&D에 다수 참여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R&D연구개발계획서는 국가 R&D운영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100%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증에 참여한 전문위원들이 과거 기술들에 대해선 잘 알겠지만 새로운 분야에서의 신기술을 어떻게 알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실사도 세밀하게 하지 않는데다 R&D 연구개발 본 취지가 기술 완성도 보단 어느정도의 목표 수치만 달성하면 되다보니 업체들도 딱 그 수준으로만 한다. 대안 찾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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