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사장 “경영 정상화 위해 인상 불가피”
정부 여당측 내년 총선 의식 ‘인상방안 난색 표명’
“‘눈덩이 적자’ 인상은 시간 문제” 적절한 해법 절실
“서민생활 불편함 없도록 인상 폭 등 부담 최소화”

 

한전 본사 전경
한전 본사 전경

200조원대가 넘은 부채와 47조원 이상의 누적적자로 사상 최악의 경영상태에 직면한 한국전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두고, ‘난망’한 입장에 처했다. 내부에선 지금 당장이라도 전기료를 인상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면서 경영정상화를 꾀하려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관련부처와 정부 여당측의 여러 이해관계 등으로 인상안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동철 한전사장은 ‘전기료 인상안’을 적극 피력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지만, 여당 내부에선 다가올 내년 총선을 의식하며 전기료 인상안에 난색을 표명하는 등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한전 누적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적자 급증에 따른 적립금이 대폭 줄면서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까지 초과될 가능성이 높아 전기료 인상은 시간 문제지만 그 인상폭과 시기 등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며 서민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절한 해법이 제시 될시 주목된다.

◇ ‘전기료 인상’ 온도차

9일 한전 등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론짓지 못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올초부터 꾸준히 오른 공공요금과 각종 물가 등이 급등해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감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달을 넘겨 다음달 초·중순께 구체적인 전기료 인상안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한전은 김동철 사장이 직접 나서 인상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상황이고, 산업부는 비슷한 맥락이지만 이보단 한전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약 40%의 전기료를 인상해 국민 부담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산업부와 기재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한발짝 물러서 부정적 기류가 앞선 모습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온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기료 인상 불가론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최근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다. 그 전에 (전기요금 인상은) 안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최근 국제연료가가 급등해 다시 역마진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며 “관련 설비투자와 운영비 등 기타 원가를 고려하면 실질적 역마진 해소를 위해선 반드시 전력 판매단가를 구입단가보다 22원 정도는 더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전기계량기 모습/연합뉴스 제공
주택 전기계량기 모습/연합뉴스 제공

◇ “적정 수준 전기료 불가피”

지난달 한전수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전기료 인상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요금을 인상치 않으면 한전의 모든 일들이 중단되고 전력 생태계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적정 수준의 전기료 인상은 반드시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발전 원가는 대폭 상승했는데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한전 누적적자는 47조원이 넘은 상태”라며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고선 한전 재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 회사채를 비롯해 차입에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한전측은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해 구체적 요금조정 폭과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사장이 공개적으로 kWh당 25.9원 인상을 언급해 비슷한 수준서 산업부와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요금 가격 결정은 한전과 산업부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당국인 기재부와 여당이 막강한 입김을 작용하는 구조다.

따라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사장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측에 악재로 작용할 ‘전기료 인상 카드’를 특유의 정치력으로 현 난제를 풀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 사장은 “한전도 협조를(전기요금 인상 등) 얻기 위해 뼈를 깎는 경영 혁신과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앞서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인력 효율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특단의 자구책을 2~3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내달 인상안 결정될 듯

현재 4인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307KWh 수준이다.

한전 김 사장이 언급한 KWh당 25.9원 인상안이 정부측에 받아 들여지면 4인가구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월 전기료는 8천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전력수요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일반 가정용 요금도 큰 부담이지만, 전력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측이 전기료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지 못한 이유다. 특히, 전기료 인상은 산업 등 경제활동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가뜩이나 물가잡기 총력전에 돌입한 정부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한전측이 앞으로 2~3주 안에 특단의 자구안 공개를 천명한 만큼,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및 인상폭 결정은 국감 이후인 다음달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자구안이 공개되면 이를 토대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 작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유가 및 물가 추이, 전망 등 분석해 4분기 전기요금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국제유가가 무섭게 뛰고 있는 상황이다”며 “전기료 소폭인상으론 현 이자비용을 만회하거나 적자폭을 약간 줄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기료 인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한전 적자는 국민들의 혈세로 메우는 형국이다”며 “한전 경영 상황과 에너지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은 상당한 기간 동안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