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것을 유독 눈여겨 지켜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환관 고력사였다.

전에 이백이 술에 취해 황실의 막강한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환관 고력사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기게 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고깝게 여긴 고력사는 가슴에 깊이 담아두고는 언젠가 크게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고는 틈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음! 저 이백 놈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붓 한 자루 들고 함부로 날뛰다니! 고얀놈! 어디 두고 보라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절호의 기회가 이렇게 쉽게 오다니! 고력사는 속으로 탄성(歎聲)을 질렀다. 다음 날 황궁 내실에 들어간 고력사는 양비귀에게 차 한잔을 올리면서 말했다.

“마마! 어제는 참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호호! 환관께서는 무슨 일로 그렇게 마음이 언짢았나요?”

양귀비가 고력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이백이란 자가 어제 황제 폐하 앞에서 청평조사를 짓는다고 하면서 감히 마마를 저 한나라의 천한 출신 요녀(妖女) 조비연에게 빗대지를 않았습니까! 이 얼마나 무참한 욕설이옵니까?”

“호! 그래요? 이백이 본래 술을 좋아하고 또 그의 시풍(詩風)이 워낙 호방(豪放)하고 자유자재(自由自在)라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양귀비는 고력사의 말을 슬그머니 물리쳐 버렸다.

“아! 아니! 마마! 그것은 참으로 욕된 것입니다. 이 기회에 저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날뛰는 이백을 반드시 쫓아내야 합니다. 한나라의 황실을 기울게 한 악녀(惡女) 조비연에게 마마를 빗대었으니 반드시 마마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것입니다. 황제 폐하에게 이 사실을 말하시고 이백을 어서 이 궁궐에서 쫓아내십시오! 그래야 탈이 없을 것입니다”

고력사가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으음! 그래요! 괜히 좋은 자리에서 나온 시 한 구절을 트집 잡아 문제 삼고 싶지 않은데...... 이를 어쩌나?”

양귀비는 망설였다.

그날 그 말을 꺼낸 고력사는 그것을 계속 틈나는 대로 양귀비에게 말을 하며 닦달하는 것이었다. 양귀비는 끝내 현종에게 그 말을 했다. 현종은 사랑하는 애비(愛妃) 양귀비의 말을 듣고는 결국 이백을 궁궐에서 쫓아내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백은 다시 자유분방(自由奔放)한 방랑자(放浪者)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후 안녹산의 난을 토벌하려고 나섰다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역적(逆賊)으로 판명되어 유배(流配) 가던 이백은 도중 사면(赦免)되어 풀려나서 결국 62세에 족숙(族叔)되는 당시 현령이던 이양빙의 집에 병든 몸을 의탁하여 시문 초고를 남기고 죽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백이 죽은 후 한 관리가 그의 가족들을 조사해 보니 가난에 시달리다 두 딸은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을 갔었다고 하였던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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