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농협중앙교육원 교수)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지난 주말 집에서 김장 김치를 담갔다. 도시에 살다보니 배추를 직접 절이지는 못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절임배추를 사용했다. 그래도 이것 저것 사전에 준비할 것은 많았다.

사실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시골에서 온 가족이 모여 함께 김장을 담그고 그것을 나누어 먹었었다. 김장하는 날이 정해지면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바쁘게 움직이셨다. 김장배추를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여 놓고, 마늘, 생강 등 온갖 양념을 준비해서 빨간 김장 속을 만들기까지 시골집 안팎에 알싸한 매운 냄새와 절인 배추의 짠맛이 진동했다.

김장하는 당일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합세하여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를 버무렸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들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버지께서는 김장독을 묻을 준비를 하시고 마당 한 구석에서는 장작불 위에 올려진 가마솥에서 돼지수육이 맛있게 삶아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동네 잔칫날 같았다. 그렇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이웃과 하나가 되고 정을 나누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유산이다. 즉 ‘김장’이라는 말 속에는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의 김치, 김장은 모든 재료를 포용하고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융합의 미덕을 가진 셈이다. 특히 요즘은 전 세계인들로부터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예전과 같은 김장철의 정겨운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쁜 도시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김장대신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포장김치’를 더 즐겨 찾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2일 ‘김치의 날’은 더욱 뜻 깊다.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식품으로서는 유일한 법정기념일이기 때문이다.

한해의 끝자락, 집안행사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인 김장 담그기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떤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김장김치 나눔행사에 적극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김장은 정(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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