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동장군이 잠시 물러나고 봄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나 연말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겨울바람에 몸을 웅크리지만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들뜬 마음까지 감추기는 힘들다.
흥겨운 캐럴송을 들으며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내기 위해 저마다의 계획을 세우기 바쁜 시기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걱정이 깊어가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건설경기 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연말 기부문화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반가운 기부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 공헌을 알리는 보도자료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십시일반 마음을 담은 성금부터 생활필수품, 김장철을 맞아 김장김치 나눔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마지못해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진심은 얼마나 담겼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부라는 것이 누군가에 강제할 수 없는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선량한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짐작은 한다.
다만 이미 절여진 배추에 양념만 대충 버무리는 보여주기식 나눔은 아니길 바라는 노파심은 남아있다. 기부 액수만큼 이웃을 생각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주변 소외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퍽퍽해지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살필 줄 아는 우리 사회가 되길, 얼음장같은 마음이 구들장처럼 펄펄 끓어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또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서 기부가 연례행사로서 주위 시선을 의식한 생색내기로 전락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