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계기
공교육 멈춘 전국 교사들 ‘거리로 ’
정부, 교권보호·강화 대책 발표
국회도 ‘응답’…교권 4법 통과
학생인권조례 ‘불똥’…잡음 지속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지난 9월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 행사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지난 9월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 행사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올해 교육계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교권보호’ 강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수 만명의 교사들이 추락한 교권 현실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왔고 정부와 국회도 ‘교권보호’ 방안을 내놨다. 진일보한 긍정적 변화도 일어난 반면 전국 7개 시도가 시행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또다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멈춰선 공교육...거리로 나온 교사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년 차 교사가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해당 교사가 1학년 담임을 맡으며 학부모 민원에 지속해서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직 사회의 분노는 폭발했다.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사례를 고발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동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아동학대 신고 위험에 노출된 교사들을 보호하지 못한 교육 당국을 향한 분노가 더해져 교사들은 토요일마다 거리로 나왔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직후 토요일인 7월 22일부터 10월 28일까지 교사들은 서울 광화문, 국회 앞에서 11차례 토요 집회를 열고, 교권 회복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집회마다 전국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교사가 운집했다.

교사들은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면서 단체로 연가·병가 투쟁에 나섰다. 광주·전남에서도 동참했다. 광주에서는 7곳 초등학교가 재량휴업했고 49재 추모 집회에는 3천여명이 참여했다. 전남도 1천100여 명의 교사가 참여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교권 추락으로 얼룩진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당초 교사 집단행동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으나, 거센 비판 여론에 징계를 철회했다.
 

발언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교육청, 교권회복 방안 마련

교권 추락의 현 주소에 교육부도 황급히 교권회복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한 달여만인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학교장이 책임지는 민원 대응체계를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교사 개인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민원에 응대하지 않을 권리와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에도 답변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학부모 책임성도 강화된다. 학부모가 막무가내식 민원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할 경우 이를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서면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등의 제재 조치를 신설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아동학대 범죄를 구분하고, 수사당국은 조사에 앞서 교육청 의견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고, 학생의 중대한 침해 사항을 학교생활기록에 기재해야 한다. 학교장은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교원을 우선 분리하고, 학생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출석정지 이상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

광주·전남 교육청도 학교 현장 의견을 수렴해 각각 상황에 맞는 교권보호 방안을 자체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 국회

◇교사 염원 ‘교권보호 4법 통과’

교사들의 절규에 국회도 응답했다. 지난 9월 교권보호 4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이 법들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12월 8일에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학생 생활 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동안 일부 교원들은 학생, 학부모들의 무차별적 아동 학대 신고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법 개정으로 보호 방안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월 24일 서울시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교육청-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월 24일 서울시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교육청-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선책 마련에도 과제 ‘산적’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변화도 일어났지만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부와 제도적 보완 과제 등도 여전히 산적한 게 현실이다.

교권 회복 목소리가 높아지자 광주를 비롯한 전국 7개 시도가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불똥’이 튀었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만을 부각시킨 탓에 교권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조례 폐지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 역시 부정적 시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보면서 지난달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놓는 등 조례 폐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이달 들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충남이 전국 처음으로 조례를 폐지했고 서울 역시 여당 의원 주도로 시의회에서 조례 폐지에 나섰지만 법원이 폐지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각종 개선책이 나왔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침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보완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시행됐지만, 방법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인력과 시설 등에 대한 지원이 없어 현장 시행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보호를 위한 많은 방안이 마련됐지만 보완돼야 할 부분은 여전히 있다”며 “교사들의 교권 침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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